[덤벙덤벙 김여사의 초보운전 탈출기] (3)빗길운전

입력 2010-07-22 11:32:03

운전을 시작한 지 5개월. 한창 운전의 맛에 빠져있던 주부 김희진 씨. 며칠째 비가 내려 핸들을 잡지 못해 몸이 근질근질하던 중 마침 지난 토요일 오후 잠시 비가 뜸한 게 아닌가. '이때다' 싶어 애마(?)를 몰고 모처럼 드라이브를 즐기다 집 앞 네거리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말았다. 미등을 켜고 평소보다 속도를 줄이며 빗길 운전에 대비하고 모처럼 분위기를 즐겼지만 이도 잠시. 네거리를 지나다 신호등이 빨간색으로 바뀌는 것을 보고 평상시대로 급정거를 했지만 앞차와 추돌하고 말았다. 비에 젖은 노면이 수막현상을 일으키며 차량이 미끄러지고 말았던 것.

사고를 낸 후 순식간에 온동네에 소문이 퍼지면서 김 씨는 한순간에 '김 여사'란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게 되었다. 며칠이 지났지만 김씨는 아직까지 핸들을 잡지 못하고 있다.

요즘처럼 비가 많이 내리는 장마철에는 빗길 교통사고가 잇따르기 마련이다. 초보운전자가 아니라 숙달된 운전자라도 비가 오거나 노면이 젖어 있는 상태에서는 당황하기 쉽고 사고 위험도 높아진다.

빗길 운전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바로 수막현상. 수막현상은 도로에 10㎜ 이상 빗물이 고인 상태에서 자동차가 달리면 타이어가 노면에 닿지 않고 물위를 떠서 구르게 되는 현상이다. 자동차는 타이어와 노면 사이에 생기는 마찰력을 이용해 달리고 멈추는데 수막현상으로 타이어와 노면이 닿지 않게 되면 마찰력이 없어져 자동차의 움직임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다.

수막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줄이려면 평소보다 타이어 공기압을 10% 정도 높여주고, 마모가 심한 타이어는 젖은 노면에서 제동력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미리 교체해야 한다. 잦은 브레이크 사용, 윈도 브러시 작동 등으로 배터리 손실이 많을 수 있으므로 충전상태도 미리 점검해야 한다. 아울러 장마철에는 규정속도보다 20% 이상 감속 운전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특히 젖은 노면에서 안전거리는 곧 생명거리.

도로교통공단 대구지부 이순우 교수는 "젖은 노면에서는 속도가 빠를수록 급제동시 정지거리가 길어지는데 마른 노면과 비교하면 약 40~50%가 더 길어진다. 따라서 가장 많은 빗길 사고 유형인 추돌사고나 차로 변경 중 측면 접촉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차간 거리보다 2배 정도 여유를 두고 운전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물이 고인 웅덩이는 되도록 우회하고, 통과해야 할 경우 저속으로 단번에 지나가야 한다. 통과한 후에는 안전한 곳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가볍게 2, 3회 밟아 젖은 브레이크 패드를 말리는 것이 급제동시 제동 거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고 강조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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