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대구의 멋과 풍류, 역사가 있는 골목

입력 2010-07-22 11:37:15

한때 대구를 대표했던 거리인 종로. 종을 쳐서 시간을 알리는 종루가 있던 거리에서 비롯됐다는 종로는 1970년대까지 수많은 요정과 화교 상권 등에 힘입어 인파가 북적거리는 활기찬 거리였고, 90년대까지도 가구골목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날렸다. 그러나 주거문화가 아파트 위주로 바뀌고 도심에 고층 건물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면서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빈 건물이 방치되던 이곳에 최근 전통차와 다기, 천연염색, 골동품 등을 취급하는 점포들이 속속 들어오면서 전국적인 명성을 갖춘 전통거리로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

◆ 종로의 화려한 부활

현재 종로에는 차, 다기, 천연염색, 골동품 등을 취급하는 40여 개의 점포가 성업중이다. 곳곳에 작고 실험적인 갤러리나 공방 등도 함께해 멋스런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인근 동성로의 번잡한 분위기와는 딴판이다. 이 골목이 사람들을 끌어당기기 시작한 것은 2, 3년 전부터다.

정인자 씨가 3년전 천연염색과 전통한복 전문점인 '꼭두서니'를 열 때만 해도 거리는 한산했다. "친구들이 걱정을 많이 했어요. 가족들도 전통 한복점을 하려면 서문시장에서 해야지 왜 여기서 하느냐고 할 정도였습니다." 정 씨는 요즘은 찾아오는 사람이 점점 늘어 이 거리가 변한 것을 실감한다. 이 거리를 좋아해서 계속 다니다가 궁금해서 벼르고 별러 들리는 손님이 있는가 하면 소문을 듣고 서울 등지서 찾아오는 사람들은 물론 외국인 손님까지 찾고 있다고 했다.

'꼭두서니' 옆에 있는 다기전문점인 '청백원' 이회성 사장은 "종로의 전통차와 다기점 등에는 대구 시민들보다 오히려 서울을 비롯해 충청도와 강원도, 제주도 등에서 찾아오는 손님이 더 많다"며 "너무 화려하고 복잡해진 현대생활을 떠나 우리 것을 찾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고 전했다.

차와 다기 전문점에 이어 천연염색, 골동품, 전통음식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는 데다 이를 전시하는 갤러리들이 최근 생겨나고 있는 것도 새로운 종로의 모습이다. 갤러리 '상' 이상숙 대표는 "종로의 경우 덜 비싸고 덜 복잡한데다 전통과 관련된 조각과 건축물들을 전시할 여유가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라고 했다. 현재 이곳에는 청담갤러리, 이황민속갤러리, 리아트갤러리, 명전갤러리 등 갤러리를 비롯해 골동품 점포 글마재, 금지옥엽, 명징 등 전통을 직접 느끼고 감상할 수 있는 공간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20, 30대 젊은층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젊은이들의 등장으로 구이집, 고깃집, 소주집 등 다양한 음식점들도 생겨나고 있다. '청백원' 맞은편에서 '다전칼국수'를 운영하는 손성숙 사장은 "종로 골목을 찾는 젊은이들이 늘면서 지난해부터 음식점과 술집 등 10여 곳이 문을 열었다. 더 이상 빈 건물이 나오지 않을 정도다"고 했다.

◆ 화교→가구점→전통차'다기

종로골목이 전통거리로 부활하게 된 계기는 1990년대까지 이곳을 점령했던 가구점들이 사라지면서부터다. 50, 60년대 이곳 상권을 장악했던 화교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이들을 대신해 종로 상권을 장악한 것이 바로 가구상. 목공소와 농방 등 소규모 점포 5, 6개가 들어서면서 조금씩 만들어지기 시작한 가구거리는 1970년대에는 50개가 넘을 정도로 성업했다. 가구상들이 번성하자 철물점과 금고상 등 관련 업종까지 함께 모여 들어 가구골목으로 탈바꿈했다. 그러다 90년대 들어 아파트 문화가 본격화되면서 장롱 등 전통가구에 대한 수요가 사라지자 하나둘씩 이 골목을 떠나고 말았다.

한동안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했던 종로골목은 전통차에 대한 붐이 일면서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게 됐다. 전통차와 다기를 판매하는 상점들이 생겨나면서 차문화 애호가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한때 대구에서 가장 번성했다가 세월에 밀려 아무도 찾지 않는 거리로 전락했던 종로가 '전통'이라는 옷을 입고 화려하게 부활하기 시작한 것. 그렇다고 예전의 문화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화교학교와 영생덕 만두집, 복해반점, 경희반점 등은 아직도 남아 50, 60년대 이 일대를 장악했던 화교들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고 종로공예사 등 가구점도 아직까지 골목을 지키고 있다. 또 요정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가미'에서는 70년대까지 요정거리로 이름을 날렸던 당시 풍류의 흔적도 볼 수도 있다.

◆ 걷고 싶은 거리, 테마거리로

종로의 변신은 앞으로가 더 주목된다. 지난해 국토해양부로부터 종로 일대를 살기 좋은 지역으로 만들려는 계획이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데다 중구청이 종로를 '걷고 싶은 거리, 테마가 있는거리'로 만들기 위해 발 벗고 나선 덕분이다. 이미 올 연말 완공을 목표로 정비 공사가 시작됐다. 인도와 차도 구분 없이 일방 2차로로 운영되고 있는 종로의 차로 폭을 11m에서 4m로 줄이고 인도를 7m로 확장한다. 또 곳곳에 가로등과 목제 의자, 조형물, 축제공간 등을 만들고 광장과 쉼터도 만든다. 이팝나무 50여 그루와 잔디도 심는다.

매월 전통차, 천연염색, 한복 등 테마별로 축제를 열어 대구의 멋과 역사'문화를 소개함으로써 대구를 대표하는 거리로 만드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때마침 이곳 상인들도 전통문화거리 만들기에 동참하고 있다. 이달 초 종로상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깨끗하고 아름다운 골목만들기에 나서고 있는 것.

중구청 박동신 도시관리과장은 "공사가 끝나면 대구의 역사를 담고 있는 종로골목은 집집마다 볼거리가 있고 골목 자체가 시민들이 언제나 즐길 수있는 거대한 전시관으로 변신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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