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세 현대 등 잇단 개점…스카우트 전쟁 치열
패션·유통업계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상품판매의 최전방에서 매출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숍매니저(Shop Manager)들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과거에는 브랜드 이미지 하나에만 의존해서 제품을 판매했지만 이제는 워낙 많은 브랜드와 제품들이 각축을 벌이는 만큼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숍매니저의 개인적 역량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커지는 고용시장
대구의 유통상권이 대폭 확장되고 있다. 15일 율하지구에 롯데쇼핑프라자가 문을 연 것을 비롯해 2010년 상반기 봉무지구 롯데라이프스타일센터, 8월 현대백화점 등이 줄줄이 개점을 할 예정이다. 게다가 지역의 기존 아울렛들 역시 대형 자본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확장 계획을 진행 중인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내년까지 추가로 오픈하는 점포 수가 많은 만큼 지역의 인력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적어도 5천~6천 명 정도의 신규직원 채용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롯데쇼핑프라자 오픈에만 2천 명이 신규로 고용됐다.
새롭게 고용되는 직원들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것은 숍매니저다. 숍매니저란 고객에게 패션 어드바이스를 할 수 있는 코디네이터 능력, 패션 전문가로서의 설득력은 물론 패션 판매·매장 디스플레이·고객관리 능력과 리더십까지 갖춘 전문 관리자를 말한다.
문제는 이런 숍매니저 양성에 상당한 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크다는 것. 이 때문에 신규 점포가 문을 열 때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들을 스카우트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지곤 한다. 우수인력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당근'을 제공하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기존의 숍매니저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집안단속을 강화한다. 이런 상황들을 노려 일부 숍매니저의 경우 몸값을 배 이상 올려가며 점포를 옮기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억대 연봉의 특급 숍매니저
숍매니저의 역량에 따라 점포당 매출 규모가 크게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신설 매장일수록 유능한 숍매니저 확보가 초기 시장 진입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불황에도 끄떡없는 대박 매장의 중심에는 탁월한 수완을 발휘하는 숍매니저가 있다고 말할 정도다.
최근에는 소비자들의 정보력이 높아지면서 숍매니저는 한층 전문화된 역량이 강조되고 있다. 최신 트렌드와 해외 유명 컬렉션을 섭렵하는 것은 물론 할리우드 셀러브리티들의 이름과 스타일, 착용 제품명까지 꿰고 있는 소비자를 상대하기 위해 숍매니저는 훨씬 더 많은 정보로 무장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3월 일일 매출 1억4천만원이라는 기록을 세운 대백프라자점 화장품브랜드 '시슬리'의 권순천(38) 매니저는 백화점업계에서 특A급으로 손꼽히는 인재다. 대백프라자점 '시슬리'는 전국 40개 매장 중 꾸준히 매출 순위 3, 4위를 유지해 전국 최우수 매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권 매니저는 "고정고객 관리를 위하여 날마다 매장을 찾아온 고객이나 구매고객을 기억할 수 있도록 수첩에 일기형식으로 기록하여 체크하고 있다.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화장품 구매시기인 3개월이 지나면 꾸준히 러브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18년째 대구백화점에서 일을 하고 있는 프라자점 '모스키노'의 한연희 숍매니저는 국내 모스키노 매장 가운데 8년째 1위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갖고 있다. 그는 고정고객 1천600명 정도에, 단골만 150여 명에 이를 정도. 이들 중 상당수가 10년 이상 장기 고객이다.
한 매니저는 "직접 이탈리아로 상품 수주를 다녀옴으로써 지역 정서와 고정고객들의 요구에 맞는 물량 확보가 가능하다"며 "고객의 취향과 취미, 성격까지도 세세하게 살펴 한 명 한 명에게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비법"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연봉은 정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대략 1억원 선. 대구백화점 관계자는 "이들 숍매니저가 타 백화점으로 옮기면 백화점의 매출이 크게 떨어질 정도로 타격이 크다"고 밝혔다.
◆특명, 숍매니저를 잡아라
대구백화점은 각종 대형 공연 및 전시행사의 단체 무료관람은 물론이고, 직원 대상 한정판매 행사 등을 수시로 진행한다. 숍매니저들과 판매사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소속감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롯데백화점에서는 우수한 숍매니저가 자리를 옮기지 않도록 하고, 이들의 자질 향상과 축적된 노하우 활용을 위해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우수 숍매니저 선발이다. 롯데에서는 매년 한 해 동안 고객서비스 평가결과와 매출실적, 고객불만 방지, 고객이 추천한 서비스 우수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해외 선진 유통업계 시찰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 6월에도 대구지역 롯데백화점 숍매니저 8명이 일본연수를 다녀온 뒤 사내강사로 활동 중이다. 또 우수 숍매니저에게는 주차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장기 근무자에 대해서는 직원과 동일한 수준의 대우를 제공한다.
동아백화점은 현재 매월 동아백화점 전 점포 간부사원이 참여하는 경영설명회를 통해 각 점포별, 브랜드별로 우수 성공 사례를 발표해 시상하고 있다. 상품권 지급을 통해 숍매니저들의 경쟁력 강화를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백화점 총무팀 최영대 이사는 "숍매니저와 판매사원들의 근무 만족도가 높아야 더 나은 고객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며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숍매니저 쟁탈전에서도 가족 같고 한결같은 회사분위기와 좋은 근무여건이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