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 적십자사 경북지사 김상준 상임위원

입력 2010-07-20 09:38:24

"사람은 존중받아야 마땅" 고교 때부터 남다른 봉사의 달인

"남을 위한 봉사는 작은 배려의 시작입니다."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 김상준(54) 상임위원은 봉사의 달인이다. 지난 1975년 고교시절 청소년적십자(RCY) 활동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봉사에 바친 시간만 무려 1만8천시간에 달한다. 마침내 그 공을 인정받아 이달 13일 대한적십자사가 주관하는 명예의 전당 주인공으로 헌정됐다. 경북적십자 60년 만에 4번째 명예의 전당에 헌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그가 봉사의 늪에 빠지게 된 계기는 고교시절 RCY 활동을 하며 깨달은 '인간존엄' 덕분이다. 인간은 누구나 존귀하며 존중받아야 한다는 정신을 RCY 활동을 통해 배울 수 있었던 것.

그 후 김 위원의 봉사활동은 쉬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심지어 군복무 시절에는 얼마되지 않은 군인 월급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서 적십자사에 기탁했다. 전우들로부터 '짠돌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전역 후 사회에 나와서도 봉사는 계속됐다. 포스콘(현 포스코ICT) 재직 당시에는 15년 동안 연월차 휴가를 봉사로 사용하는 탓에 정기 휴가를 제외하곤 한번도 쉬어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봉사활동이 평생의 반려자까지 맺게 해주는 중매쟁이 역할까지 했다. 지금의 부인과 봉사활동을 하면서 만나 결혼에 골인한 것이다. 부인이 봉사활동에 적극적인 후원자가 돼주고 있어 든든하다. 부인도 8천시간 봉사기록을 갖고 있다. 대학생인 두 아들도 초등학생 때부터 RCY에 가입해 봉사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 위원은 봉사 때문에 담배까지 끊었다. 지난 1982년 허공에 연기로 돈을 날리는 것보다 담뱃값을 아끼면 더 좋은 곳에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과감히 금연해 담뱃값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

현재 포항의 ㈜아이테크 대표이사인 김 위원은 직원들에게도 봉사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직원들도 자체적으로 동아리를 만들어 매월 한차례 어려운 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김 위원 부부의 억척스런 봉사에 얽힌 에피소드는 많다. 수년 전 태풍으로 포항에 수해가 났을 때 소식을 듣고 포항실내체육관에 모여 있는 이재민을 돕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상습 침수지역인 죽도동에서 자신의 승용차가 물에 빠져 고립된 상황에 처했다. 김 위원 부부는 승용차에서 힘들게 빠져 나온 후 카센터에 전화해 놓고는 비를 맞고 걸어서 1시간여 만에 도착해 이재민들을 돕는 억척을 보여줘 주변을 놀라게 했다.

또 직장에 갓 입사한 초년병 시절인 1984년 12월 성모자애원 노인요양시설에 세탁기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박봉의 사비를 털어 당시 파격적인 드럼세탁기와 난방유를 구입해 기증했다. 김 위원의 선행에 감동한 수녀님이 적십자사에 몰래 알렸고 적십자사 총재가 직접 격려전화를 한 경우도 있었다.

명예의 전당에 헌정된 김 위원은 "명예의 전당에 헌정됨으로써 더욱 더 모범적으로 봉사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힘닿는데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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