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속옷의 전설? 대구에선 안 통하네"

입력 2010-07-20 09:42:09

개점 첫날 빨간색 속옷 사면 행운

"빨간 속옷의 힘? 대구에선 안 통하네요."

15일 개점한 롯데쇼핑프라자 매장 가판대에는 빨간색 속옷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신축한 대형 점포의 개점 첫날 빨간색 속옷을 사 집 옷장에 넣어두면 행운이 온다'는 속설 때문에 많이 팔릴 것이라는 기대감에 롯데 측이 많은 양을 준비했지만 대구에서는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롯데백화점 부산 광복점 개점 당시에는 전체 67억원의 매출 중 빨간 속옷 매출만 17억원을 차지할 정도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속옷 브랜드 비비안의 경우는 하루 2억5천만원의 매출 중 98%가 빨간색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속설'은 대구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1천만원(6천피스) 정도의 물량이 팔려나가는데 그친 것. 월드컵 기간 중에는 열혈 응원녀들의 노출 아이템으로 손꼽히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끝나면서 '붉은색' 열기가 사라진 것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상당한 물량의 빨간 속옷을 준비했는데, 같은 영남권이라도 대구와 부산의 정서에 차이가 있어 대구 사람들은 빨간 속옷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부산 사람들의 빨간 속옷에 대한 믿음은 뱃사람들의 풍습에서부터 생겨났다고 한다. 조업에 나갔던 고깃배가 돌아올 때 만선이면 빨간색 깃발을 걸던 풍습이 있어, 부산에서 빨간색은 '재물'을 상징한다는 것. 그래서 개점 첫날 빨간 속옷을 사두면 원하는 자식을 얻고 사업이나 직장 일에 행운이 깃든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러나 뱃사람들의 풍습인 만큼 내륙 분지인 대구에서는 이런 속설이 통하지 않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 이날 매장에서 속옷을 구매한 오모(31·여) 씨는 "가격도 저렴하고 튀는 색상의 속옷 하나쯤 사고싶은 욕심에 집어들긴 했지만 그런 속설이 있다는 사실은 처음 듣는다"며 오히려 고개를 갸우뚱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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