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료 1,2만원…대구오페라하우스 대성황
어렵지도 않고 지겹지도 않고 비싸지도 않은 오페라 입문 코스가 화제다. 대성황이다. 대구 오페라하우스(관장 이형근)의 기획공연 '아하! 오페라'(해설이 있는 오페라)가 그것인데 오페라에 관해 우리가 갖고 있는 몇 가지 편견을 깨고 있다.
이달 10일 오후 5시 대구 오페라 하우스에서는 해설이 있는 오페라 두 번째 공연인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Cavalleria Rusticana·지휘 박지운/제작감독 최덕술/연출 유철우)가 열렸다. 이날 관객들은 "영화보다 더 재미있다"고 입을 모았다. 오페라가 어떻게 영화보다 더 재미있을 수 있을까. 이날 관객들 중 상당수가 오페라를 처음 보는 초보 관객들인 점을 고려하면 더욱 의아한 일이다. 하지만 사실이다.
어렵지도, 지겹지도 않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막전과 막간의 해설이 열쇠였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해설은 김성미(마음과마음 정신과의원 원장) 씨가 맡았다. 김 원장은 시작 전 등장 인물과 등장인물의 특성, 줄거리, 또 눈여겨보아야 할 장면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짚어주었다.
오페라가 절반 이상 공연되고 긴장이 한껏 고조된 시간, 보통 그랜드 오페라 공연에서라면 막간의 휴식시간인 '인터미션' 타임. 그러나 '아하! 오페라'에서는 2분 정도 무대에 영상이 떴다. 영화 '대부Ⅲ'의 한 장면. 그리고 음악이 흘렀다. 이때 해설자가 다시 등장했다.
"지금 여러분들이 보고 계신 영상은 영화 '대부Ⅲ'(1990)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시칠리아 섬 출신의 마피아 두목이었던 마이클은 평생 가족의 평화를 위해 살았지만 은퇴를 눈앞에 두고 사랑하는 딸이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절규하는 마이클의 모습과 함께 간주곡이 흐릅니다. 죽음을 다루고 있는 점에서 영화 '대부'와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닮은 점이 많습니다. 영화 대부의 감독 프란시스 코폴라는 이 오페라의 작곡가 마스카니의 손자입니다. 그런 까닭에 '대부Ⅲ'에는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많은 대목이 삽입되어 있습니다."
해설자의 해설을 듣고 나서 보는 '아하! 오페라'는 선생님으로부터 요점 정리를 듣고 시험장에 들어간 것처럼 쉽게 다가왔다.
'아하! 오페라'가 깬 편견은 또 있다. 오페라는 비싸다는 생각이다. 사실 그랜드 오페라 관람료는 비싸다. 그랜드 오페라 한 작품을 제대로 만드는 데는 수억원에서 10억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고 연습 과정도 길다. 그런 까닭에 연극이나 영화보다 훨씬 비싸다. 그러나 '아하! 오페라'의 관람료는 1만, 2만원에 불과하다.
청소년층 오페라 초보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저렴한 입장권'으로 오페라 극장 문턱을 낮추고 '수준 높은 작품'과 '재미있는 해설'로 지루함과 어려움을 동시에 해결한 것이다. 덕분에 6월 5일 공연된 '카르멘'을 시작으로 2회 연속 전 좌석 매진이라는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번 공연 전날인 9일 리허설 과정도 일반에 공개되었다. 경북여고 전교생 1천200여 명과 교직원들이 이날 리허설 과정을 지켜보았다. 다음달 14일 공연 예정인 리골레토(Rigoletto) 역시 이미 티켓이 50% 이상 예매됐을 정도로 확실하다.
대구음악제를 준비하고 있는 대구음악협회에서도 '아하! 오페라'는 화제다. '표를 구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부터 '관객들의 반응이 대단하더라' '기획이 돋보인다' '출연진들의 열정도 성공에 한몫을 하는 것 같다'는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돈을 적게 들였으니 입장료도 저렴하고 작품 수준도 낮은 것은 아닐까? 자연히 이런 의문이 생긴다. 하지만 답은 '아니다'이다. 이날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관람한 탁계석 한국예술비평가협회 회장은 "한마디로 최고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적절한 해설이 돋보였다. 특히 배우들이 초보 관객들에게 오페라가 무엇인지 보여주려는 의지가 생생하게 전달됐다. 오페라 초보 관객들이 오페라의 매력을 확인하는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무대 장치가 너무 단순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무대 치장에 많은 예산을 투입할 필요가 없다. 음악과 배우들의 연기가 충실해 청소년 관객들이 숨죽이며 작품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대구에 5천, 6천 명 정도의 오페라 마니아층이 있다고 하지만 그 정도로는 결코 공연문화중심도시가 될 수 없다. 관객이 없는 공연문화중심도시 구호는 공허하다. 70% 이상 초보 관객을 끌어들인 점은 높이 살 만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런 완성도와 작품성, 그리고 시장성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 때문에 첫 작품인 카르멘을 포함해 두 작품 정도는 판매가 가능할 전망이다. 현재 경북지역 공연장 몇 곳은 물론 타 시·도와도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이름으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아하! 오페라' 기획공연은 8월 '리골레토'에 이어 9월 4일에는 '춘향전'이 선을 보이고 오페라축제가 열리는 10월을 건너뛰어 11월 6일에는 '박쥐', 12월 4일에는 '라 보엠'이 무대에 오른다. 남녀노소, 특히 청소년들이 부담 없이 관람할 수 있는 토요일 오후 5시로 공연 시간을 잡은 것도 큰 성공 요인이다. 그랜드 오페라의 절반 정도인 한 시간 반의 공연을 보고 저녁을 먹기에도 좋아 가족 단위 관람객도 많다.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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