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원 자산운용 진영호 군인공제회 부이사장

입력 2010-07-16 10:38:14

"지역 7천억 집중투자 지역 메디시티 특화 잘한 일, 패키지가 관건"

8조 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군인공제회(1984년 창립). 17만 회원에 11개 산하산업체로 몸집이 불어나자 2008년 말 첫 민간인 자금 관리 이사(CFO·chief financial officer)를 공개모집했다. 진영호(52) 부이사장이 그 주인공.

"한국, 일본, 미국, 대만 등지의 민간기업에서 근무했는데 일생에 꼭 한 번은 공기업에서 기량을 펼쳐보고 싶었습니다. 저로서는 큰 도전이었고, 이뤄냈지요."

현대중공업 해외계약관리부에서 사회생활의 문을 연 그는 한화증권 국제부 동경사무소, 코어 퍼시픽 시큐리티 한국사무소장, 피닉스에셋자산운용 전무이사를 거쳐 푸르덴셜투자증권 상무이사를 지냈다. 국내외를 넘나들며 자산운용 전문가로 이름을 떨쳤다. 그리고 창립 24년의 군인공제회 역사 중 첫 민간 CFO를 공모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는 '자신의 금융 경험을 공기업에 녹여내겠다'는 도전을 현실로 이뤄냈다. 그래선지 진 부이사장의 또랑또랑한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다.

진 부이사장은 인터뷰 내내 '자기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직장에서 오래 살아남기를 넘어 임원으로까지 성장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한두 발을 앞서야 한단다. 자기개발은 성과가 차차 드러나 5년 뒤쯤이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고 했다. 어학과 체력은 기본. 자신만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자신만의 '소통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퇴근할 때에는 EBS의 초·중급 영어를 듣습니다. 어학은 따라하기가 가장 기촌데 흥얼거리면 분명 외워집니다. 콩글리시(브로큰 잉글리시)로는 저를 따라 올 자가 없을 걸요?"

카투사 출신이라 영어에 대한 소양은 갖췄는데도 보통 열심이 아니다. 일어는 네이티브 수준. 첫 직장을 접고 일본으로 가 와세다대학 대학원 상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다. 관광중국어도 마스터했다. "최근의 화두가 '소통' 아닙니까? 어학은 자유를 보장해줍니다."

CFO로 일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다. 군 출신 임원들이 많았던 군인공제회에 그는 '변화의 윤활유'다. 상명하복의 경직된 조직문화를 바꾸고 있다. 취임 초 많은 임직원이 모인 앞에서 그는 이렇게 외쳤다.

"저는 기존의 기업문화에 동조 못 합니다. 동조하려면 제가 무슨 필요가 있겠습니까? 아래위, 왼쪽 오른쪽 할 것 없이 모두와 소통하고, 부하가 아닌 동료로 생각하고 일하겠습니다."

그가 다가서자 스키, 테니스 동호회가 활력을 되찾았다. 말단직원이 임원보다 일찍 퇴근할 수 있게 됐다. 토론이 필요한 문제는 한 공간에 모여 열띤 토론을 펼치고 결과가 나오면 모두가 한목소리를 낸다. 조직에 신바람을 불러왔다.

진 부이사장은 자신만의 네트워크도 탄탄하게 구축했다. 와세다대학 한국총동창회 감사인 그는 몇 년 전 동경포럼을 만들어 일본이나 동경에서 머문 적이 있는 각 분야 출신들을 모았다. 여의도에서 밥먹고 사는 사람들의 모임인 너섬포럼(너섬은 여의도의 어원)도 만들었다. 금융권, 정치권, 학계, 언론계까지 확대되면서 많은 회원이 모였고 정보를 나누면서 똘똘 뭉쳤다. 그로선 크나큰 힘이다.

고향의 후배들에게도 한마디를 건넸다. "지방대생의 생명이 더 끈질깁니다. 명문대생보다 자기개발에 더 힘을 쏟거든요. 기죽지 말고 자신만의 분야를 개척하고 개발하면 세월이 쌓이면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군인공제회는 대구경북권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경산 중산지구 시가지 조성사업, 대구 계산동, 범어동 주상복합사업 등 7천억원을 투자했다. 부산경남권까지 합하면 투자액만 1조3천여억원에 이른다. 고향땅에도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발전하기 위해서는 '특색과 특기'가 있어야 합니다. 대구가 '메디시티'로 특화하는 것은 분명 잘한 일이지요. 의료와 실버, 관광을 어떤 패키지로 묶느냐가 관건인데… 과감히 투자해야 합니다."

"대구경북 사람들은 뭔가를 부탁할 때 '잘 봐 달라'고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합니다. 지나가듯 한마디 하고는 부탁했다고 생각하죠. 그러면 안 됩니다. 무엇이 왜 어떻게 필요한지 명료하게 부탁해야 해결된다는 사실! 명심해야 합니다."

180㎝에 73㎏을 20년째 유지하고 있다. 30층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까지 계단을 이용한다. 수영, 테니스, 스키, 골프 등을 틈날 때마다 즐긴다. 체력은 생활의 기초란다.

"군인공제회는 영국 런던의 상하수도 건설사업, 괌 미군기지 근로자 숙소 건설 등 해외에 5천여억원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체력은 국력인데 탄탄하게 길러야죠."

진 부이사장은 대구 출신으로 경북고, 영남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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