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우면 다 빈혈?…헛짚다간 뇌졸중 큰병 만든다

입력 2010-07-16 08:09:11

어지러움은 어느 연령층에서도 나타날 수 있지만 노년층에서 잘 나타난다. 특히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서 어지럼증 환자도 점차 늘고 있다. 미국 통계에 다르면 75세 이상 노년층에서 병원을 찾는 가장 주된 요인이 어지러움일 만큼 노인층 어지럼증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빈혈을 어지럼증의 주된 원인으로 생각하거나 위장 질환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많다.

◆어지럼증의 증상과 종류

어지럼증은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현훈'은 특별히 주위가 빙빙 도는 어지럼증을 의미하며 내이(귀)와 중추신경계(머리)에 위치한 균형을 잡아주는 기관(전정계)의 이상에 의해 나타난다. '현기증'은 앉아 있거나 누워 있다가 일어설 때 잠시 어질어질한 기분을 의미하며 고혈압 약의 과다 복용, 심장 기능 이상, 정상적인 젊은 여성에게서 체질적인 저혈압, 노인의 자율신경계 기능 저하 등으로 나타난다. '심리적인 어지럼증'은 불안, 우울과 같은 심리적인 문제가 원인이 돼 어지럼증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체증세를 함께 호소한다. 마지막으로 '보행장애'는 누워 있든지 앉아 있으면 어지럼증을 느끼지 못하지만 서 있든지 걸을 때 비틀거리는 경우다. 소뇌 및 운동 신경계 이상에 의해 주로 나타난다. 환자가 호소하는 어지럼증이 어떤 유형인지 파악하는 것이 진단 및 치료에 가장 중요하다.

◆잘못된 건강 정보

환자를 진료할 때 "어디가 불편하세요?"라고 물으면 "빈혈이 있어 왔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흔하다. 상당수의 환자들이 이미 약국 등에서 빈혈약을 복용한 후 병원에 오는 경우가 많다. 이는 상당수 환자들이 빈혈을 어지럼증의 주된 원인으로 생각하는 잘못된 의학상식의 결과이며, 이들 환자들에게 혈액검사를 해보면 빈혈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환자들은 어지러우면서 구토를 하게 되면 위장이 잘못돼서, 즉 음식을 잘못 먹고 체해서,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하고 위내시경 검사를 받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구역질과 구토는 어지럼증에 따른 이차적인 동반 증상에 불과하다. 따라서 어지러움이 좋아지게 되면 대개 오심 및 구토와 같은 위장 증상도 함께 좋아지게 된다.

◆뇌졸중의 초기 증상으로 나타나는 어지러움

허혈성 뇌졸중, 즉 뇌경색(뇌혈관이 막혀서 생기는 뇌졸중)은 전체 뇌졸중의 약 70~80%를 차지할 만큼 가장 흔하다. 이 중 약 30% 정도가 후방(소뇌 및 숨골) 순환계 영역에서 발생된다. 이런 뇌경색의 가장 흔한 증상이 바로 어지러움이다.

어지러움이 구음장애(말이 어둔해짐), 반신 마비처럼 다른 신경학적 증상들과 동반하면 쉽게 진단할 수 있다. 하지만 어지러움만 나타나면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 뇌졸중 초기 증상으로 나타나는 어지러움은 1)고혈압, 당뇨, 흡연, 심장병 등의 혈관 위험인자를 가진 노인층에서 2)마치 벼락이 치듯이 갑작스레 나타나며 3)팽이 돌듯 주변이 돌아가는 양상으로 나타나거나, 주변은 가만히 있는데 비틀거리며 넘어지려는 양상을 보이며 4)오래 가도 수십분 이내에 저절로 좋아지는 특징을 가진다. 이를 의학적으론 '일과성 뇌허혈증'이라 부른다. 문제는 이런 증상 이후 약 10~20% 정도에서 6개월 이내에 치명적인 뇌경색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명대 동산병원 신경과 이형 교수는 "뇌졸중의 예고탄으로 나타나는 어지러움은 건강의 적색 신호"라며 "우리 몸이 알려주는 신호인 어지러움을 무시해 버리면 때로는 치명적인 뇌졸중을 겪게 돼 평생을 반신 불구로 지낼 수 있다"고 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계명대 동산병원 신경과 이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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