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Why?] 파블로 피카소의 초상 (Portrait of Picasso)

입력 2010-07-15 13:58:26

자연스런 색채 구사와 종합적인 입체주의로 표현

작 가 명 : 후안 그리스 (Juan Gris, 1887~1927)

제 목 : 파블로 피카소의 초상(Portrait of Picasso)

연 도 : 1912년

크 기 : 93.4x74.3㎝

재 료 : Oil on Canvas

소 장 처 : 시카고현대미술관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USA)

후기 인상주의 시기의 반 고흐와 고갱, 세잔은 자신들의 그림 속에서 자연에 대한 재현을 넘어선 새로운 조형적 구조를 찾기 위해 다채로운 노력들을 펼쳤다. 이들은 '보이는 그대로' 그리고자 했던 인상파와는 달리, 보이는 자연과 무관하게 그 자체의 질서를 찾으려고 했다. 고흐와 고갱이 색채와 공간을 추상화했다면 세잔은 형태를 추상화했다. 고체성과 구조의 감각을 성취하려는 세잔의 노력은 사물을 기본적 형태인 '원추, 원통, 구'로 환원시키려는 노력으로 이어졌다.

형상 본질에 대한 그의 탐구는 입체주의(Cubism)로 이어졌고, 입체주의 역시 이러한 시대정신의 연장선상에서 생성된 것이다. 1911년까지 아주 짧은 기간 동안 전개된 실험적인 예술인 입체주의는 화면을 파괴, 조직하는 새로운 구성방식을 제시했는데, 이러한 면모는 유럽에서 작품 활동을 하던 중요한 젊은 화가들 거의 모두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었다. 입체주의에 가담하고 싶어했던 젊은 프랑스 화가들은 많았지만 페르낭 레제(1881~1955)와 로베르 들로네(1885~1941), 후안 그리스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활동을 보여주지 못했다. '신비로운 입체주의'라는 표현은 들로네가 주장하여 유명해진 말로 입체주의의 풍부한 상상력을 반영한 적절한 수식어로 보인다.

1912년 피카소와 같은 스페인 출신 화가 후안 그리스는 피카소와 브라크에 비해 더욱 선적이고 추상적인 경향을 보이기 시작했다. 피카소와 브라크가 본능과 직관을 중시했다면 그리스는 형태적인 문제에 있어 지성적으로 접근하여 후기 종합적인 입체주의를 성숙시켰다.

그는 분석적인 접근방법과 반대되는 종합적인 접근방법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세잔은 병을 원통으로 환원하고, 나는 하나의 병, 즉 특수한 병을 원통으로부터 만들어낸다. 세잔은 건축물을 향해서 작업해 들어가고, 나는 건축물로부터 작업해 나온다."

이처럼 그리스는 종합적 입체주의가 가장 논리적으로 구현되는 작업을 했다. 1912년 제작된 작품 '파블로 피카소의 초상'은 훨씬 해설적이고 문법적인 것으로 즉시 결정체화(crystallize)된 경향을 찾아 볼 수 있다. 그리스는 피카소나 브라크와는 달리 색채를 저버리지 않고 색채의 구사 또한 더 자연적이 되었다. 그의 미술은 수학적 4차원의 이론과 근접해 있는 과학적 입체주의였다.

김태곤(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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