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기업 부채는 결국 정부의 빚이다

입력 2010-07-13 10:40:01

국제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공기업 부채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지난 3월 한국의 공기업 부채가 우려할 만하다는 의견을 낸 데 이어 피치도 최근 한국 정부와의 연례협의에서 "공기업 부채가 향후 재정건전성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한다. 14~16일 우리 정부와 연례협의를 갖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역시 공기업 부채를 주목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실제로 국내 공기업의 빚은 규모와 증가 속도 모두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지난 2006년 100조 원을 돌파한 공기업 부채는 지난해 213조 2천억 원으로 200조 원을 넘어섰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에는 250조 원, 2012년에는 300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기업 부채 비율은 2004년 10%에서 2008년 17%, 2009년 20.3%로 급등하고 있다.

공기업 부채가 이렇게 늘어난 것은 항만 시설 건설, 세종시 등 신도시 기반 조성, 도심 재개발, 임대주택 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빚을 끌어 썼기 때문이다. 정부가 재정으로 해야 할 사업을 공기업을 통해 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이 공기업 부채를 재정건전성 교란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정부는 국제 기준에 따라 공기업 부채를 국가 부채에 산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는 형식적인 분류일 뿐이다. 우리 공기업은 외국의 공기업과 달리 재정 사업을 대행한다. 이를 위해 끌어다 쓴 빚은 결국 정부의 빚이다. 공기업 부채가 정부 부채가 아니라는 국제 기준은 우리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런 얄팍한 분류를 내세워 공기업 부채 문제를 숨길 것이 아니다. 공기업의 재무 상황을 낱낱이 공개하고 적극적인 감축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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