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상승기, 예금·대출 전략 다시 짜자

입력 2010-07-13 07:50:39

예금은 만기 짧게, 대출은 고정금리로 갈아타야

지난 3월 은행에서 1억2천만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최모(41) 씨는 고민에 빠졌다. 최근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최 씨의 대출 이자 부담도 월 2만원 이상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금리가 낮다는 은행 창구 직원의 권유에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대출을 받았다"며 "당장 큰 부담은 아니지만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수 있다는 소식에 고정금리 대출 등으로 갈아타기를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이 현실화되면서 대출고객이나 투자자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장기간 지속된 초저금리에 맞췄던 자산 포트폴리오를 점검해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통상 금리가 오를 때는 예금은 짧게 가고 대출은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아직 금리 변동 상황이 불확실한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늘어나는 이자 부담

가계와 기업이 금융회사에 이자를 물어야 하는 빚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개인의 이자부 부채는 863조6천억원, 비금융 법인의 이자부 부채는 819조8천억원으로 가계와 기업이 금융회사에 이자를 물어야 하는 빚 원금은 1천683조4천억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30조원 늘어난 것이다.

금리가 오르면 서민들이 짊어져야할 이자 부담도 커진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규모는 417조8천억원에 이른다. 이 중 90% 이상이 변동금리 대출인 점을 감안하면 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경우 연간 9천402억원의 이자 부담이 추가 발생한다. 여기에 기업대출과 2금융권 대출의 이자 부담까지 포함하면 이번 금리 인상으로 인한 추가 이자비용은 2조5천억원대로 불어날 전망이다.

빚 부담이 커지면서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연동한 대출이 금리 인상에 따라 이자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원리금 상환 부담을 덜도록 은행이 상환 기간을 늘리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또 상대적으로 금리 인상의 충격을 덜 받는 잔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연동 대출 상품의 개발도 독려하기로 했다. 소득 하위 계층은 기존의 미소금융, 신용회복지원 프로그램, 희망홀씨대출 등을 적극 이용하도록 권장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서민 대출 프로그램은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을 덜 받아 이자 부담을 가볍게 할 수 있다"며 "조만간 시행되는 보증부 대출 역시 신용등급 6등급 이하를 대상으로 해 서민의 이자 부담을 줄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대출은 변동, 장기대출은 고정이 유리

금리 인상은 대출자에게는 불편한 소식이다. 특히 빚을 내 집을 샀던 사람들은 집값은 떨어지고 대출이자는 오르는 이중고에 시달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여력이 된다면 가능한 한 빚을 먼저 줄이는 것이 유리하다고 충고한다. 예금금리로 얻는 이자 이익보다 대출금리로 인한 이자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에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통상 금리인상기에는 고정금리 대출이 유리하다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금리 상승 추세가 불확실한데다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차가 1~1.5%로 벌어져 있기 때문에 변동금리에서 바로 고정금리로 갈아타기보다는 추가 금리 인상 여부를 지켜보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장기 상환이나 신규 대출자는 고정금리 대출을 선택하는 것이 좋고, 단기 상환이 목표라면 고정금리보다 이자가 1~2%p 낮은 변동금리상품이 부담이 적다고 충고한다.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주택금융공사가 판매 중인 고정금리형 보금자리론도 고려해볼만하다. 주택금융공사의 고정금리형 보금자리론의 금리는 10년 만기의 경우 연 5.1~5.3% 수준이다. 또 지금처럼 금리 변동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잔액 기준 코픽스 연동 대출이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대출을 받은 사람이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전환하는 것은 신중히 생각해야한다. 금리 차이보다 대출 전환 때 물어야 할 중도상환수수료가 더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은행 본점PB센터 윤수왕 센터장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은 만큼 6개월, 12개월 단위로 금리가 변하는 잔액기준 코픽스 대출에 관심을 두는 게 좋다"며 "대출을 끼고 있는 수익형 부동산이나 1가구 2주택 등은 대출 금리 인상에 따라 수익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면밀히 따져보고 정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 정기예금과 회전식 예금에 주목

현재 2.25%인 기준금리는 올해 3% 안팎까지 오를 가능성이 높다.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될 때는 3~6개월로 만기가 짧은 금융상품이 유리하다. 단기로 짧게 끊어서 돈을 넣은 뒤 추가 금리 인상을 기다리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 금리가 일정 기간 지나면 바로 반영되는 회전식 정기예금 상품도 생각할 수 있다. 회전식 정기예금은 1~6개월의 회전주기를 정해놓고, 주기가 돌아오면 원금과 이자를 찾았다 다시 맡기는 방식으로 돈을 굴린다. 가령 1년 만기 회전식 정기예금에 들면서 회전기간을 3개월로 정하면 3개월이 지날 때마다 금리가 바뀐다. 이렇게 하면 중도 해지를 해도 이자 손해가 적다. 그러나 단기 예금은 금리가 단기간 큰 폭으로 오를 경우 유리하겠지만, 금리 인상이 소폭에 그치거나 반대로 장기적으로 꾸준히 오를 경우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장기예금에 비해 못할 수도 있다. 단기 예금과 만기 1년 이상 예금 간 금리 차이가 1%p 이상 벌어져 있는 탓이다. 예금을 단기투자로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매 분기 금리가 0.25%p 올라야 한다.

은행 예금을 대체할 수 있는 단기 투자 상품으로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도 눈길을 끈다. ABCP는 부동산 등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기업어음으로 우량회사의 ABCP금리는 6%대에 이른다. 또 입출금이 자유롭고 금리도 3개월 만기 상품에 못지않은 머니마켓펀드(MMF)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단기 채권형펀드(1개월내) 등도 고려해볼만하다. 채권형펀드는 비중을 줄이고 주식형 펀드를 늘리거나 주가연계증권(ELS), 지수연동정기예금(ELD) 등을 선택하는 것도 고려할만하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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