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서대구IC '지옥길' 운전자들의 아우성

입력 2010-07-12 10:09:20

도시고속도로? 아예 주차장!

9일 오전 성서IC~서대구IC의 도시고속도로 구간에 몰려드는 차량들로 인해 정체를 빚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9일 오전 성서IC~서대구IC의 도시고속도로 구간에 몰려드는 차량들로 인해 정체를 빚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12일 오전 7시 30분 대구 달서구 성서IC. 입구부터 꼬리를 문 차량들이 이곡역까지 200m 가량 줄지어 서 있었다. 달구벌대로에서 도시고속도로로 이어진 1개 차로에는 빽빽이 들어선 차량 사이로 끼어들기를 하려는 차량들이 뒤섞여 오도 가도 못하는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했다.

오전 8시가 되자 차량 정체는 최고조에 달했다. 교통경찰 3명이 IC 입구에서 새치기 차량을 제지하고 나섰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경찰의 눈을 피해 들어서려는 차량과 샛길에서 쉴 새 없이 튀어나오는 차들이 뒤엉켜 성서IC 주변 달구벌대로는 온통 아수라장이었다.

고령으로 출근하는 강인석(35) 씨는 "차가 막혀 출근길이 너무 짜증스럽다. 수년간의 공사 기간은 그렇다 치고 공사 후에도 이렇게 밀린다는 게 말이나 되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달 1일 개통한 중부내륙지선(옛 구마선·성서~옥포간)이 확장됐지만 도시고속도로(신천대로)와 고속도로가 분리되면서 오히려 차량정체를 더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본지 2일자 1면·7일자 10면 보도)이다. 남대구 IC와 성서IC를 이용하는 시민들을 현장에서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김상국(50) 씨(성서공단 출퇴근자)

"영업은 시간이 생명입니다. 이렇게 차가 막히니 참."

성서 공단 자동차 부품회사의 영업직 사원인 김 씨는 이날 오전 7시 30분쯤 남대구IC를 통해 도시고속도로를 탔다. 그는 확장공사 후 차량 지·정체가 더 심해져 남대구IC 입구에서 매천대교까지 가는데만 확장공사 전보다 두배가 넘는 50분이 걸린다며 도로상황 탓에 일을 제대로 못 볼 지경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김 씨는 "평소보다 일찍 나오는데도 차가 너무 막혀 일에 차질이 생긴 적이 많다. 한번만이라도 도로담당자들이 이 구간을 운전해 보면 시민들의 심정을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하광(60) 씨(택시기사)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운전자만 대한민국 국민인가요." 40년 택시 경력의 황씨는 구멍가게 간판 이름만 대도 찾아 갈 만큼 지리에 밝다. 그러나 황 씨도 요즘은 시간 약속 잡기가 어렵다. 가끔 도시고속도로를 이용해 성서공단에 있는 친구집을 찾아갈때면 매번 늦기 일쑤다.

"도시고속도로 교통난이 심해 (걸리는)시간을 예측할 수 없어요." 황 씨는 "수십 년 택시를 몰고 있지만 대구에서 이곳보다 차가 많이 막히는 구간은 없을 것"이라며 "왼쪽 고속도로는 차가 한적한데…. 교통정책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말했다.

◆김태운(40) 씨(건축업·대구경북 교통문화 카페 운영자)

대구경북 교통 관련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김 씨는 요즘 도시고속도로를 생각하면 부아가 치민다. 혈세를 들여 수년간의 공사끝에 닦은 도로가 도리어 운전자들에게 더 불편을 주고 있기 때문.

"매일 오후 8시쯤 서대구IC~남대구IC까지 도시고속도를 타고 퇴근하는데 정체가 너무 심해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세금을 써 가며 에너지와 시간 낭비를 부르는 것이 옳은 일인가 묻고 싶습니다." 그는 교통 카페(http://cafe.naver.com/dgsubwaylove.cafe)에서 성서~옥포간 고속도로 확장에 따른 도심 정체에 대한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

◆문병대(51) 씨(대구교통방송 방송통신원)

대구교통방송 통신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문 씨는 "도로공사가 멀쩡했던 길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놨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도시고속도로에 한 차로가 늘어나긴 했지만 갓길이 없어져 사고가 나든지 차가 고장 난다고 생각해보세요. 아마 정체가 심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겁니다." 문씨는 "담당자들의 말도 가관이다. 도로공사에 문의하면 내 일 아니라고 말하고 그렇다고 대구시도 뾰족한 수를 못 내고 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선영(31) 씨(직장인)

"출·퇴근길 도시고속도로를 지날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져요. 지옥이 따로 없어요." 금융권에 종사하고 있는 김 씨는 직장 스트레스보다 출근길 스트레스가 더 크다. 공사기간 내내 앞으로 더 나아지겠거니 하며 참고 또 참았는데 그때보다 길이 더 막히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공사를 하기 전에 이런 상황을 왜 예상하지 못했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며 "반드시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노경석 인턴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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