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를 구미 당기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7)구미시 원평동 '할매열쇠도장' 대표 심희보

입력 2010-07-09 07:00:27

이웃들의 마음에 '사랑의 도장'을 찍을 수 있어 행복한 사람

구미의 한 장애인학교 유치부 신입생들은 해마다'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자신의 이름이 정성스럽게 새겨진 도장 하나씩을 받는다. 이 학교 신입생들이 낯모른 사람으로부터 어쩌면 '생애 첫 도장' 이 됐을 도장선물을 받게 된 것은 지난 2000년부터다. 첫해는 350여명의 전교생(유치부 ․ 초 ․ 중 ․ 고) 모두가 받았다. 이렇게 이 학교 학생들이 도장선물을 받은 지도 벌써 11년째다.

구미시 원평동에서 2000년부터 열쇠·도장 전문가게인 '할매열쇠도장'의 주인 심희보(57)씨는 그 11년의 세월동안 '도장선물'을 해온 장본인이다.

그를 어렵게 설득해(?) 그동안 도장선물을 하게 된 사연은 듣는 것만으로도 미소 짓게 했다. 그의 꿈은 오랫동안 남들을 위해 무엇인가 해보는 것이었단다. "오랫동안 가슴 속 깊이 접어 묻어두었던 계획을 나이 오십 줄 들어서야 실천했고 이제야 옛 꿈 하나를 이루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예천이 고향인 그는 학창시절 금성사(현 LG전자) 입사와 부산 정착 및 창업 그리고 사회사업이란 목표를 세웠다고 했다. 첫 목표는 1974년 금성사 부산 동래공장 입사로 이뤘다. 그러나 부산 정착 등의 목표는 1975년 금성사 동래공장의 구미 이전과 1981년 군 제대, 복직, 퇴사 그리고 이듬해 결혼, 협력업체 근무, 동업참여 등 우여곡절로 무산됐다.

1990년대 말까지 계속된 전업과 사업부진이 남긴 것은 빚뿐. 그는 자신의 손재주 하나 믿고, 한 때 하고 싶었던 '열쇠와 도장가게'를 지금의 자리에서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간 마음에 두었던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가 그런 마음을 먹게 된 배경에는 어릴 적 어려운 사람들에게 밥을 나눠주는 나눔과 보시를 행하시던 할머니와 어머니를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봉사의 꿈'을 품어왔고 실천하게 된 것이다. 창업 바로 그해, 평소 알고 지내던 장애인 학교 김시훈 교사를 통해 그의 첫 도장선물이 전해졌다.

"학생들의 신기해하는 표정과 학부모들의 고마움을 담아 감사패라도 전달하려고 해도 극구 안된다고 해 그저 말로만 감사를 표시하고 있을 뿐"이라는 김 교사는 그의 변함없는 도장선물이 늘 고맙다고 한다.

그는 도장선물 말고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손재주를 이용해 다양한 봉사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홀몸어르신 세대, 결손가정, 사찰 그리고 인근 노숙자 쉼터나 무료급식센터에서의 무료 열쇠제공 봉사 그리고 실내 전기설비·하수시설 점검·수리 봉사 등등··· 그가 손재주로 봉사하는 곳은 10여 곳에 이른다.

하지만 그는 "이 일이 봉사가 되나요" 하면서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쑥스럽단다. 그러면서 요즘은 새로운 재미 하나를 찾았다며 환하게 웃는다. 글쓰기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지금 하는 일을 자신만의 글로 남기기 위해 왜관에 있는 구상문학관의 수필창작반에 입학했단다. "하고 싶었던 이 일을 진작 했으면 좋았을 텐데"하며 지난 세월을 아쉬워하는 그에게서 이웃들의 가슴에 '사랑의 도장'을 꾹 찍어주는 행복한 웃음을 볼 수 있었다.

매일신문 경북중부지역본부· 구미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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