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가장 먼저 느낀 맛은 짠맛이었다. 고기건 채소건 소금을 치면 한결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만으로도 영장류에서 인간으로 진화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한민족은 일찍부터 짠맛을 발전시켜왔으니 대표적인 음식이 젓갈이다. 중국 한나라의 무제(武帝)가 동이족을 쫓아 산동반도 끝 황해까지 왔을 때 코를 찌르는 음식 향이 나서 찾아보게 하니 소금에 버무린 물고기의 창자를 넣어 땅에 묻어둔 항아리에서 나는 냄새였다. 먹어 보니 짭짤하고 생선 삭은 맛이 입에 맞았다고 하는데, 이것이 젓갈이다. 산동반도는 우리 민족의 활동무대였으니 우리 조상은 당시부터 젓갈 문화를 발달시켜온 것이다.
삼국사기를 보면 신라 신문왕이 김흠운의 딸을 왕비로 맞이할 때 납폐 품목에 '장'과 함께 '해'()가 나온다. 이것이 곧 젓갈이니, 왕이 왕비가 될 사람의 집에 보내는 음식에 포함될 만큼 필수불가결한 음식으로 대접받았음을 알 수 있다.
오랜 기간 젓갈 문화를 발달시켜온 나라답게 젓갈의 종류는 이루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생선으로 담근 것만 80종이 넘고 생선의 내장이나 알로 만든 것이 50여 종, 새우나 게 등 갑각류로 만든 것이 20여 종, 오징어나 낙지 같은 두족류의 살로 만든 것이 10여 종 등으로 100종을 훌쩍 넘는다. 과거 법도 있는 집안의 마님이라면 김치 서른여섯 가지, 장 서른여섯 가지, 젓갈 서른여섯 가지는 담글 줄 알아야 한다고 했을 만큼 다양한 젓갈이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젓갈은 그 지역에서 많이 잡히는 수산물로 만드는 것이 기본이다. 새우가 많이 잡히는 서해안에서 새우젓이 발달하고 명태가 흔한 동해안에서 명란이나 창란젓을 많이 담그는 이치다. 맛은 대체로 북쪽지방에서 남쪽으로 내려올수록 짠데 기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짠 젓갈이 입에 밴 남쪽지방 사람들이 보면 싱겁기 짝이 없는 북쪽지방의 젓갈은 그저 생선을 삭힌 음식으로 느껴질 만큼 염도에 차이가 난다.
젓갈을 담글 때는 모든 재료를 소금물로 씻는 것이 원칙이다. 맹물로 씻으면 발효시키는 동안 젓갈의 맛과 색깔이 변하기 때문이다. 소금은 재료의 30% 정도를 넣고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밀봉해 서늘한 곳에 저장한다. 담그는 방법도 방법이지만 계절이나 시기에 따라서도 젓갈의 맛에 차이가 난다. 새우젓의 경우 일년 내내 담그는데 6월에 잡은 새우가 껍질이 얇고 살이 많아 최고로 친다. 바로 육젓이다. 경상도를 비롯한 남해안 지방에서 많이 먹는 멸치젓은 봄에 담근 춘젓이 더 맛있다.
젓갈은 우리의 대표적 음식인 김치, 장류와 함께 전형적인 발효음식이다. 세계인들은 한국의 발효음식의 맛과 그 속에 담긴 효능에 주목하며 건강음식으로 인정하고 있다. 짠 음식의 대표격인 젓갈의 염도를 조금 더 낮추면 세계적인 음식으로도 경쟁력이 있음은 이미 입증되고 있다. 이번 여름엔 시원한 콩국수에 새우젓과 어리굴젓 반찬, 멸치젓으로 무친 나물로 무더위에 잃은 입맛을 되살려 보자.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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