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 사고순간 증언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들었고 정신을 잃었습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눈앞의 참상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4일 오후 9시쯤 인천 인하대병원에서 만난 박민호(가명·28·포항시 효자동) 씨는 처참했던 사고 순간을 떠올리며 몸서리쳤다.
"정신을 차려 보니 끈적끈적한 액체가 몸 위로 떨어져 물 속인 줄 알았어요.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빨리 차에서 빠져나가야 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대학원생인 박 씨는 사고 당시 캐나다에서 열리는 학술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중 변을 당했다. 그는 "공항에 다 온 것 같아 짐을 챙기려는 순간 운전자가 '악' 소리를 질렀고 차가 오른쪽으로 휘청였다. 버스 우측 가운데 좌석에 앉아 있은 덕에 운전석이 잘 보였고 흰색승용차가 있는 것도 봤다"며 사고 상황을 설명했다.
"버스 안에는 온통 '살려달라'는 신음 소리 뿐이었어요. 좌석에 끼인 몸을 빼내 출입문을 통해 밖으로 기어 나왔을 때 버스 주변에는 울고 있는 5, 6세 가량 남자아이 1명 외에는 차에서 빠져 나온 사람은 보이지 않았어요."
인터뷰 도중 박씨는 "생각하기도 싫은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며 굳은 얼굴을 한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아들의 사고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병원으로 달려온 가족들도 살아남은 아들의 손을 잡고 또 잡았다. 끔찍한 사고로 받았을 아들의 정신적 충격을 걱정하며 내내 곁을 지켰다.
아버지는 "아들 친구가 전화로 사고 소식을 전했는데 처음에는 거짓말인줄 알았다. 방송에서 생존자 명단을 확인하자마자 이곳으로 올라왔다"고 말했다. 또 그는 "천운이 아들을 살렸다"며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이들과 유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이번 사고로 박 씨는 어깨뼈와 갈비뼈를 다쳤고 폐에 공기가 찼지만 워낙 사고 규모가 크다보니 경상자로 분류됐다.
한편 병원 측은 부상자 가운데 뇌출혈이나 다발성 골절환자 등 정도가 심해 추가 사망자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노경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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