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何以速去

입력 2010-07-02 11:09:28

조선시대 이후 공직자들의 영순위 근무 희망처는 서울이었다. 서울에 국가 기능이 집중된 중앙집권적 권력구조 때문이었다. 지방자치가 이뤄진 지금도 마찬가지다. 고위 공직의 자리는 대부분 서울에 몰려 있다. 권한도 많고 당연히 자리도 많다. 높은 사람을 접촉할 기회가 많다 보니 승진의 기회도 많다. 출세를 하려면 일단 서울로 가야 한다. 공직의 근본이 국민에 대한 봉사라지만 자신의 입신양명 또한 중요한 까닭이다.

그러나 자치단체장은 예외다. 권한도 많고 특히 4년의 임기가 보장된다. 당선되기가 쉽지 않지만 당선만 되면 중앙의 어느 자리보다 안정적이고 매력적이다. 고향이나 지역을 대표하는 자리이기에 장래의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전현직 국회의원이나 장관을 지낸 사람들까지 낀 지방선거 과정에서의 치열한 경쟁은 단체장 자리의 위력을 알게 해 준다.

목민관의 자세를 일깨운 정약용은 '다른 벼슬은 구해도 좋으나 목민관 벼슬은 구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목민관은 그 지방 사람들의 삶을 좌우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렴을 목민관의 우선 덕목으로 지목했다. 목민관이 뇌물에 흔들리고서야 백성의 생활이 편안할 수가 없다고 여겼다. 청렴 못잖게 소중한 덕목으로 애민의 정신을 꼽았다. 백성을 사랑하고 두려워하는 마음, 법 아래에서는 수령과 백성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지방자치 민선 5기 시대가 열렸다. 어제 전국에서 열린 자치단체장 취임식에서 단체장들은 저마다 포부와 희망을 말했다. 취임식도 다양하게 열렸다. 지하철 역에서 취임식을 한 이도 있고 어느 단체장은 장애인과 환경미화원을 초청, 직접 발을 씻겨주기도 했다. 애민과 소통의 마음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표현했다.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대구경북 교육감을 비롯해 지역의 시장 군수 구청장들도 각오를 다지며 봉사와 섬김을 강조했다.

조선의 벼슬아치는 1만 명을 넘었지만 청백리로 꼽힌 이는 고작 100여 명에 불과했다. 선정을 베푼 수령에게 백성들은 지금 전국 곳곳에 남아있는 선정비로 보답했다. 선정비를 세우며 이별의 아쉬움을 새겼다. '하이지래 하이속거'(何以遲來 何以速去'오는 것은 어찌 이리 더디며 가는 것은 어찌 이리 빠르냐). 단체장들이 '4년은 너무 짧다'는 아쉬움을 한몸에 받기를 기대한다.

서영관 논설실장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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