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를 이은 국수맛 "한번도 실망한 적 없어요"
장시간 돈을 만지며 고객을 상대하고 복잡한 계산을 해야 하는 은행 직원들은 어떤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풀까. 어차피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니 음식이라도 맛있고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마침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대구은행 한 부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 집을 한번 소개하고 싶다." 일단 "오케이"라고 대답했지만 취재하는 데는 한 달 넘게 기다려야 했다. 어떤 식당일까 궁금했는데 명덕네거리 인근에서 35년 역사를 자랑하는 '할매 손칼국수'라고 했다. 지난달 24일 이 식당의 주인과 단골손님인 대구은행 인사부 직원들을 만나 맛의 비결을 알아봤다.
"이모부가 청도군 각북면에서 직접 재배하는 콩이 우리 식당 국수맛의 비결입니다."
안정된 교직을 버리고 친정 어머니의 뒤를 이어 이 식당을 운영 중인 주인 홍성희 씨는 음식맛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단번에 답했다. 홍 씨는 "친정 어머니(84)가 아직 정정하신데 국수맛이 이상하면 바로바로 지적하시며 아직도 이 식당에 큰 애착을 갖고 있다"고 했다.
청도 각북에서 가져온 신선한 콩은 음력 정월에 1년 쓸 정도(10말)의 간장과 된장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식당 주변에 이를 담아둔 수많은 장독대를 볼 수 있다. 특히 여름에 매출을 가장 많이 올려주는 콩국수에 직접 농사지은 콩이 그대로 들어가기 때문에 국물맛이 진하게 우러나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더해 준다. 편육은 기름을 쫙 빼고 잘 삶는 비법도 있는데 자세한 건 알려주기가 힘들다고 했다.
이 식당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는 김치. 겉절이는 아니지만 신선해서 국수와 먹기에 딱 좋으며, 찍어먹는 양파도 달착지근하게 맛있다. 된장맛이 좋으니 찍어 먹는 고추맛도 일품이다.
단골 손님인 대구은행 직원들의 평가도 한번 들어보자. 성무용(47) 인사부장은 "8년 동안 이 식당 단골 손님으로 오고 있는데 단 한번도 맛에 실망한 적이 없다"며 "단골 식당이 여러 곳 있지만 1번으로 추천하고 싶은 곳"이라고 자랑했다.
이날 인사부 직원들 중 7명이 참석했는데, 김지현(36'여) 의무담당은 이날 시킨 편육에 대해 한마디 했다. "돼지고기 편육에는 비타민 B와 C가 많아 치매 예방에 좋고, 이집처럼 육질이 좋고 기름기가 쫙 빠지도록 삶은 편육은 몸에 좋은 단백질 그 자체"라고 했다. 강태일(36) 인사과장은 "콩국수가 의외로 숙취 해소에 좋다"며 "술을 많고 먹고 난 다음날 해장하기 위해 먹는 콩국수의 맛이 일품이며 먹고 나면 실제로 속이 풀린다"고 말했다.
이 식당은 국수 종류도 많고 가격대도 적당하다. 이날 대구은행 직원들이 시킨 콩국수는 5천500원, 돼지고기 편육 대짜는 1만2천원, 중짜는 7천원이다. 칼국수'냉칼국수'세면(잔치)국수는 4천500원, 비빔국수는 5천원. 겨울에 효자 메뉴인 떡국은 6천원이며 파전은 6천원. 053)651-7969.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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