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유럽 자존심 건 8강전…브라질 vs 네덜란드

입력 2010-07-01 09:55:48

'삼바 군단' 브라질과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가 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일전을 벌인다. 두 팀은 2일 오후 11시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남아공 월드컵 4강 진출을 다툰다. 특히 이 경기에서 승리하는 팀은 4강에서 우승권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가나-우루과이전 승자와 맞붙게 돼 '결승행 티켓' 확보에 유리한 상황이다.

두 팀은 월드컵 본선에서 항상 명승부를 연출했다. 1974년 서독 월드컵에서 열린 첫 대결에서는 요한 크루이프를 앞세운 네덜란드가 자이르지뉴가 이끈 브라질을 2대0으로 물리쳤다. 당시 대회는 조별리그를 거친 8개 나라가 2개 조로 나뉘어 결선 리그를 벌이고 각 조 1위가 결승, 2위는 3, 4위전을 치르는 방식으로 열렸다. 결선 리그 1그룹에서 네덜란드는 브라질을 이기고 결승에 올랐고, 패한 브라질은 3, 4위전으로 밀려났다.

이후 두 나라는 20년이 흐른 1994년 미국 월드컵 8강에서 다시 만났고 이때는 브라질이 3대2로 이겼다. 골을 넣은 선수들 이름을 보면 호마리우, 베베투(이상 브라질), 데니스 베르캄프(네덜란드) 등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브라질이 먼저 2대0으로 앞서가자 네덜란드가 2대2로 따라붙었고 다시 브라질이 후반 36분에 브랑코의 결승골로 승부를 마무리했다. 특히 다섯 골이 모두 후반에 터져 재미를 더했다. 역대 최고의 골 세레모니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는 베베투의 '아기 어르기'가 바로 이 경기에서 나왔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4강에서도 브라질은 1대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대2로 이겨 결승에 오르는 등 역대 A매치 상대 전적에서 3승4무2패로 앞서고 있다.

브라질은 단연 세계 최강팀이다. 루이스 파비아누(세비야), 호비뉴(산투스), 카카(레알 마드리드)가 이끄는 삼각편대가 경기를 치를수록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카카의 조율 아래 투톱 파비아누와 호비뉴가 쏘아대는 위력적인 슛을 당해내기 쉽지 않다. 카카와 파비아누, 호비뉴는 질풍 같은 스피드와 화려한 개인기를 겸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파비아누는 3골을 터뜨려 득점 선두(4골) 그룹을 추격하고 있다. 코트디부아르와 경기에서 퇴장을 당해 1게임을 덜 치른 카카는 3경기에서 골은 터뜨리지 못했지만 어시스트 3개를 기록하며 특급 도우미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항상 세계 정상급 실력을 갖추고도 잠깐 방심에 덜미를 잡히곤 했던 브라질이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화려함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둥가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어 그런 '내부의 적'이 파고들 여지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선 네덜란드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조별리그부터 4연승 중인 팀은 네덜란드와 아르헨티나뿐이다.

네덜란드는 브라질 삼각편대에 맞서 원톱 로빈 판페르시(아스널)와 공격형 미드필더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인테르 밀란), 왼발의 마법사인 오른쪽 날개 아르연 로번(바이에른 뮌헨)을 내세운다. 부상으로 조별리그 첫 두 경기에 결장했던 로번은 조별리그 3차전 교체 출전에 이어 슬로바키아와 16강 경기에서는 선발로 나와 선제골을 넣는 등 건재를 과시했다.

두 팀 모두 속도감 넘치는 공수전환을 통해 쉴새 없이 역동적인 경기를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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