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부족 걱정에 국제행사 못 열판"…"고정수요 없는데 어떻게 투자
이달 16일 2015년에 열릴 제7차 세계물포럼(World Water Forum) 국내 개최도시로 대구경북이 선정됐다. 올해부터 물의 도시 조성에 나서고 있는 대구시의 입장에서는 천군만마를 얻을 기회를 잡은 것이다. 특히 세계물포럼을 유치할 경우 직·간접적으로 약 2천억원의 경제효과와 1천900여명의 고용유발효과 등이 기대된다니 엄청난 '호박'이 굴러들어오는 셈이다.
그런데 시 공무원들은 "당장 유치에 성공해도 걱정부터 앞선다"고 했다. 3만명가량의 방문객들이 몰려올 텐데 이들을 수용할 숙박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족한 숙박문제는 시가 대형 국제행사 유치전에 뛰어들 때마다 걸림돌로 꼽히는 풀어야할 숙제다.
하지만 각종 국제행사 유치와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해 호텔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시의 입장과는 달리 호텔 업계에서는 '고정 수요가 없는 대구'를 외면하고 있다. 단기간 반짝하는 대규모 행사만 믿고 엄청난 돈을 들여 호텔 장사를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내년 대구방문의 해를 앞두고 지역 호텔산업 활성화를 위한 묘수는 없는 것일까?
◆굴뚝 없는 공장, 호텔산업
전세계적으로 호텔산업은 '굴뚝 없는 공장'으로 각광을 받는 분야다. 호텔은 단순히 숙박의 기능을 넘어 관광활동의 인프라로서 체류와 숙박을 통해 지역 문화와 관광상품을 홍보,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또 관광지, 테마파크, 항공교통, 휴양리조트, 국제회의, 각종 지역이벤트, 기념품 및 특산품 등 지역의 관광산업과 관련 산업을 포괄적이고 직접적으로 연계한다.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는 호텔산업을 통한 관광산업 활성화에 목을 매고 있다. 최근 홍콩을 비롯해 중국과 이탈리아 등의 나라는 호텔을 포함한 관광산업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홍콩은 지난해 37개 호텔을 추가로 지어 8천명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주겠다고 밝혔다. 이미 홍콩에는 120개 이상의 호텔이 있다.
이처럼 각 나라들이 관광산업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고용창출 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관광산업은 고용창출 효과가 높아 1억원의 관광수요가 생기면 5.6개 일자리가 생긴다. 문화부 관계자는 "이는 주요 수출산업인 반도체의 7배이며, 승용차의 3배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했다.
말레이시아는 1999년부터 세제 혜택을 주면서 정부와 기업이 호텔 등 관광 기반시설 등에 과감하게 투자, 그해 500만명이던 관광객을 1년 만에 1천만명으로 2배가량 늘렸다. 중국은 '중국, 한번 그 이상의 감동'이라는 슬로건 아래 공산당 혁명 유적지를 관광지로 정비하는 등 관광산업을 일으키는데 정부가 앞장서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대규모 국제회의와 관광객 유치에 성공하고 있다.
대구시관광협회 남봉규 사무국장은 "관광산업에서 호텔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최근 환율과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호텔 상황이 힘들어지고 있는데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무너지는 대구 호텔
최근 몇 년간 대구의 호텔산업은 침체일로를 겪고 있다. 상당수 호텔이 폐업 도미노에 시달린 것이다.
대구 중구의 경우 2000년대 들어 도심호텔 전성기를 이끌었던 동인·한일·로열호텔이 연쇄적으로 문을 닫았다. 2005년 말엔 쎈추럴관광호텔이 휴업에 들어가더니 2008년 3월 결국 폐업했다. 한때 대구 대표 호텔이었던 영진아미고호텔(옛 금호호텔)은 2008년 휴업에 들어가더니 지금은 경매시장에 나와 네 차례나 유찰되는 등 주인을 찾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동구에서도 2005년 10월 휴업에 들어간 힐사이드호텔이 끝내 문을 닫았고 2007년 2월엔 동방관광호텔이 셔터문을 내렸다. 2008년 8월 황실호텔에 이어 이달 1일엔 크라운호텔마저 폐업신고를 냈다. 서구에서는 2006년 6월 엠파이어호텔이 영업을 중단했고, 달서구에서는 2006년 삼일호텔과 아리랑호텔이 연쇄 도산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30여 곳이 넘었던 대구시내 호텔은 19곳(특1급 3곳, 특2급 6곳, 1급 9곳, 2급 1곳)만이 현재 영업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관광상품이 빈약해 관광객 유입이 어려워 지역 호텔들 대부분이 경영난을 겪고 있으며, 대다수가 객실사업과 예식영업 비중을 3대 7 정도로 하며 근근이 버티고 있다"고 했다.
◆대구 호텔 성적표는?
대구시 관광문화재과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대구시내 호텔에 투숙한 외국인 수는 모두 10만2천799명이다. 이중 미주(2만4천805명)와 일본(2만3천528명), 동남아(2만1천562명) 투숙객이 전체의 68%를 차지했다.
외국인들은 주로 8월과 10월, 11월에 집중적으로 대구를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에 대규모 국제행사나 학회 등이 많이 열렸기 때문으로 관련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2·3·5·6·7월은 외국인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지난해 대구의 특1급호텔 가운데 외국인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호텔은 인터불고다. 모두 2만1천890명의 외국인이 다녀갔다. 그러나 2008년 대구에 둥지를 튼 노보텔의 성장세는 놀랄 정도다. 지난해 노보텔을 찾은 외국인은 총 2만633명으로, 객실 수가 인터불고(342실)보다 138실이나 적은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 숙박객 점유율은 단연 1위다.
그랜드호텔도 좋은 성적을 올렸다. 객실 숫자가 150실뿐인 이 호텔은 지난해 총 1만5천991명의 외국인을 유치하면서 인터불고나 노보텔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특2급호텔 중에서는 인터불고엑스코가 지난해 1만2천138명의 외국인 손님을 받아 단연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EXCO에서 대규모 국제전시회와 학회가 많이 열린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이어 프린스호텔(5천47명), 세인트웨스튼호텔(4천249명), 호텔제이스(3천538명) 등의 순이었다.
◆대구 호텔, 희망은 있나?
지역 호텔업계는 수요 창출만이 대구 호텔산업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관광객 등 수요가 많아지면 자연스레 호텔 건립붐과 기존 호텔 시설 및 서비스의 업그레이드 등으로 이어져 호텔산업 활성화가 이뤄진다는 얘기다. 지역 한 호텔 관계자는 "대구시가 지역을 아름답게 가꿔놓으면 외국인들이 몰려오고, 서비스산업의 핵심인 호텔산업도 기지개를 켤 수 있다. 게다가 대구시가 꿈꾸는 의료관광도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우철 계명대 교수(관광경영학과)는 "대구의 관광 매력도는 사실상 바닥권이기 때문에 시가 각종 대규모 국제행사 유치를 위해 숙박업에 대한 민간 투자를 일으키기엔 한계가 있다"며 "오히려 지역에 많은 대학의 게스트하우스나 연수원 등을 활용한 뒤 꾸준한 국제행사, 학회 등을 많이 유치해 '관광 대구'의 이미지를 향상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대구시민조차 지역엔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가 없는 곳으로 생각하는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별 볼일 없다'고 생각한 곳도 그 지역의 장점을 잘 꾸미면 충분히 사람을 끌어들이는 곳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김미경 대구가톨릭대 교수(호텔경영학과)는 "지역은 자연적인 관광자원이 적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인공적인 이미지를 가꿀 필요가 있다"며 "대구시는 수요 창출을 위해 정기적인 국제행사나 학회 등의 유치와 관광정책 및 지원책을 마련하고, 호텔업계도 관광객 유치 노력과 시설 및 서비스 업그레이드에 나서는 등 전략적 제휴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김만주 관광정책담당은 "대구 호텔산업 활성화를 위해 수요 창출 방안, 상수도 요금 감면제 등의 세제 혜택, 외국인 관광객 유치 인센티브 등의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또 시가 추진중인 동남권 신공항의 밀양 유치가 성사되면 관광객 유치와 호텔산업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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