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의 8가지 영광, 8가지 치욕
가난한 집에 로또와 같은 돈 폭탄이 떨어지면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람과 사람 관계 중심이던 집안이 돈맛을 안 후에는 개인과 돈의 관계만 남게 되기 때문입니다. 위도 아래도 없고 오직 돈을 둘러싼 경쟁자만 남기 때문에 가족관계가 오히려 불편하게 되는 것입니다. 중국 사회가 지금 그 상황에 처했습니다. 개방개혁 이후 사회 전체에 재화가 쏟아지면서 사회주의도 집단주의도 전통 질서도 무시되고 있습니다. 돈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돈이 사람관계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사람관계는 이해득실에 따라 조변석개하고, 늘 유동적이고 불안정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적 연대나 소속감도 약화되었습니다. 애국심도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돈 번 중국 사람들은 아주 당연한 듯 해외로 이주하거나 재산을 송출합니다. 그들에게 '중국'은 조국이 아니라 사업장일 뿐입니다. 만약 그대로 수년간 중국 발전이 지속된다면 중국은 사회해체에 직면하게 될 지도 모르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이 국가적 위기상황에 직면한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특단의 처방을 내렸습니다. 바로 '8가지 영욕관'입니다. 핵심내용은 유교적 덕목 8가지와 죄악 8가지입니다. 그동안 중국 공산당이 봉건잔재라고 부정해온 유교적 전통 덕목을 중국의 현대병을 치료하는데 활용한 것입니다. 장칭(張靑)이 편집한 『팔영팔치학습강연』(中國言實出版社, 2006)을 보면 그 내용이 구체적으로 설명되어 있습니다.
8가지 영욕관의 첫 번째는 '열렬히 조국을 사랑하면 영광이고 조국에 위해를 가하면 치욕'이라는 것입니다. 후진타오는 이 항목이 중국 각 민족 공동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청소년들이 애국주의 전통을 계승하고, 민족정신을 진흥하고, 민족의 역량을 응집하고, 소강사회를 건설하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데 가장 중요한 덕목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인민에게 봉사하면 영광이고 인민을 배신하면 치욕'이라는 것입니다. 인민은 사회 발전을 추동하는 주체로서 물질적 부의 생산자이고, 사회'정신적 부의 창조자이고, 사회제도 변혁을 결정하는 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민군중 간에는 밀접한 연계가 있어야 하고, 옳은(好) 것을 실현하고 보호하고 발전시켜 인민의 근본이익을 확대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과학을 숭상하면 영광이고 우매무지하면 치욕'이라는 것입니다. 전 국민의 과학적 소질을 높이고, 과학기술이 가장 중요한 생산력이라는 생각으로 과학교육을 실시하여 국가부흥 전략과 인재강국 전략을 심화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학이 곧 경제라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고, 합리적인 중국인이 되기를 주문하는 항목입니다. 네 번째는 '근면하게 일하면 영광이고 게으르고 일하지 않으면 치욕'이라는 것입니다. 노동은 너무나 당연한 인간의 권리이자 의무입니다만 이 항목이 강조된 것은 사회주의 중국 60년이 중국을 게으른 사회로 만들어버렸다는 방증입니다. 경쟁 없는 사회의 초기 모습은 자율이고 여유지만 갈수록 나태가 지배하게 된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다섯 번째는 '단결하여 서로 도우면 영광이고 타인을 해롭게 하고 자기 이익만을 챙기면 치욕'이라는 것입니다. 사회주의에 '사회'와 '집단'이 없어지고 가장 개인화되어 버린 중국사회주의의 현실을 말하는 것이고, 그에 대한 처방입니다. 여섯 번째는 '성실하고 신용을 지키면 영광이고 이익을 보고 의를 망각하면 치욕'이라는 것입니다. 사람 사이의 연결고리를 물질로만 채우게 되면 결국 모든 사회관계 구조가 사상누각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항목입니다. 일곱 번째 '규칙을 준수하고 법을 지키면 영광이고 법을 어기고 기율을 어지럽히면 치욕'과 여덟 번째 '어려움을 견디고 고군분투하면 영광이고 교만하고 문란하면 치욕'이라는 항목은 건전한 사회발전을 확립하기 위한 인민들의 마음가짐을 말한 것입니다.
'8가지 영욕관', 곰곰이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들입니다. 그럼에도 이를 정책 지침으로까지 삼아야 할 정도인 중국이라면, 중국 후진타오 주석의 답답함을 헤아려봄 직합니다.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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