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선수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은 슬럼프(Slump)다. 한 번 빠지면 벗어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133경기를 치르는 페넌트레이스에서 늘 잘할 수만은 없다. 시즌 중 한두 차례는 슬럼프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슬럼프에 빠지지 않는 게 아니라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지난해 데뷔 후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삼성 라이온즈 강봉규 선수가 극심한 타격부진으로 2군에 내려가 있다. 5월 홈런 8개를 포함해 29타점을 올리며 삼성의 승리를 이끈 최형우 선수는 6월 들어 갑자기 타격 침체에 빠졌다. 1홈런에 6타점이 전부다. 0.280의 5월 타율도 이달 들어서는 0.253으로 뚝 떨어졌다.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할 선수가 고개 숙인 채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면 지켜보는 감독은 답답해진다. 기대한 타자들의 헛방망이질에 관중들의 탄식도 커진다. 하지만 이 순간 가장 답답한 사람은 선수 본인이다.
헛방망이질 한 장면이 머리에 떠오르지만 이유를 알 수 없다. 당연히 빠져나올 해법도 찾지 못한다. 그러는 사이 타격 페이스는 급격하게 무너져버린다.
필자 역시 현역 시절 슬럼프의 굴곡을 수없이 마주했다. 타격감이 좋을 때는 투수가 던진 공이 축구공만 한데다 실밥, 공에 새겨져 있는 마크, 글씨까지 다 보이던 게 어느 날 갑자기 공이 사라져 버렸다. 간혹 보이더라도 탁구공보다 더 작게만 느껴졌다. 이때는 타석에 들어서는 게 두렵기까지 했다.
겨우 기회를 잡아 1군 무대에 오른 신인 선수라면, 마음은 더욱 조급해진다. 다시 타격감을 찾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극복의 시간이 넉넉지 않음을 본인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다.
그만큼 절박하기에 슬럼프 해법도 선수마다 가지가지다. 많은 선수가 컨디션이 좋은 선수의 방망이를 탐낸다. 하지만 자신의 운이 달린 방망이를 선뜻 빌려줄 선수는 거의 없다. 그래서 몰래 방망이를 들고 나가 홈런이나 안타를 쳐 슬럼프를 탈출하기도 한다.
본인은 느끼지 못하지만 슬럼프에 빠지는 데는 분명 원인이 있다. 과도한 훈련이나 잦은 등판으로 인한 피로, 부상 등으로 몸 상태가 좋지 못할 때다. 또 타이밍, 스태프, 동작의 부자연성 등 평소와 달라진 기술적인 부분도 원인이 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장 큰 원인으로 심리적인 문제를 꼽고 있다. 잘 맞는 선수의 방망이와 자신의 방망이가 크게 다르지 않은데도 탐내는 건 그만큼 심리적 불안이 크게 작용한 탓이다.
선수들은 특별훈련과 장거리 달리기로 무너진 몸의 밸런스를 찾기도 한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거나 무조건 휴식을 취하는 선수도 있다. 예전엔 잠시 고통에서 벗어나려 술을 마시는 선수도 있었다. 필자 역시 모든 방법을 동원했는데도 나아지지 않아 집으로 돌아와 며칠 동안 울었던 기억이 있다.
슬럼프는 고통스럽지만, 선수가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잘못된 점을 되돌아보고 슬럼프에 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다시 슬럼프가 찾아와도 극복에 오랜 시일이 걸리지 않게 된다. 올 시즌도 반환점을 돌았다. 부진에 빠진 선수에게 비난보다는 힘찬 박수를 보내주면 좋겠다.
이동수 대구방송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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