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 펀드'반사이익' 안전한 투자처로 각광 환매자금 대거 옮겨와
자영업자 최영호(가명·51)씨는 최근 주식형 펀드를 환매하고 랩어카운트(wrap account)로 갈아탔다. 코스피지수가 1,700선을 넘으면서 원금 회복이 된 상황에서 더 이상 펀드에 묻어두기엔 불안감이 컸다고 했다. 최씨는 돌려받은 투자금 3억원을 모 증권사가 내놓은 랩어카운트로 옮겼다. 그는 "주식시장의 흐름에 따라 투자처를 유동적으로 변경할 수 있고, 안정적인 수익을 선호하는 투자 성향과도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주식형 펀드가 지고 랩어카운트가 뜨고 있다. 올 들어 주식시장 반등과 함께 국내외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계속되는 반면, 맞춤형상품인 랩어카운트 자산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랩어카운트의 가입 문턱이 10만원 단위까지 낮아지고 적립식 랩이 등장하는 등 종류도 다양해지면서 인기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원금 회복되니 앞다퉈 환매 행렬
코스피지수가 1,700선을 회복한 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자금 이탈은 확대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1,700선에 올라선 16일 자금 순유출은 12거래일째 이어졌고, 펀드 유출규모도 26일 현재 1조6천645억원에 달했다.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는 586억원이 빠져나가 20거래일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6조8천172억원(21일 기준)에 이른다. 결국 해외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6월 말 55조1천447억원에서 현재 46조8천356억원으로 15% 줄었다.
주식형 펀드의 환매가 계속되는 가장 큰 이유는 '원금 회복'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1,700~1,800선 범위에서 들어온 국내 주식형 펀드 자금이 대부분 손을 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2002년 6월 이후 코스피 1,700~1,750 범위에서 들어온 국내 주식형 펀드 자금은 6조5천709억원에 이르지만 이 중 유입 자금 대비 유출 자금으로 계산한 펀드 환매율은 96.7%에 달한다. 해외 주식형 펀드는 이머징 국가 위주로 해외 증시가 반등하면서 금융위기 이전에 투자했던 해외 펀드들이 원금회복 구간에 진입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한번 크게 손실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원금을 회복하자 속속 환매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해외 주식형 펀드의 평가차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지난해 말 종료된 점도 해외펀드 탈출의 이유로 풀이된다.
◆폭발하는 랩어카운트 인기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랩어카운트로 몰리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랩어카운트 잔고는 2004년 말 3조8천억원에서 2008년 최저 가입액 하향 조정과 적립식 랩이 출현하면서 급증해 지난달 말 현재 26조7천억원 수준으로 폭증했다. 마치 2004년 적립식펀드가 개인 재테크 상품으로 붐을 맞았던 시기와 유사한 상황이다. 랩어카운트는 증권사가 추천 종목이나 투자자문사 의견을 바탕으로 주식, 펀드, 파생상품, 채권 등에 투자해 수익을 올린 뒤 수수료를 빼고 고객에게 돌려주는 금융상품이다. 증권사의 금융자산관리사는 재산을 예탁한 고객의 투자성향에 따라 적절한 운용 배분과 투자종목 추천 등의 서비스를 제공, 자산구성에서부터 운용 및 투자 자문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해준다.
랩어카운트의 성장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오는 11월부터 은행도 랩어카운트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적립식 펀드 판매가 은행의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적립식 펀드 자산이 급증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은행들이 펀드 판매 감소에 따른 수익 감소를 랩 상품 판매 수익으로 대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올해 랩어카운트 월평균 유입액은 1조3천700억원이고 이 중 월평균 4천500억원이 주식 매수 자금으로 쓰이고 있다"며 "주식 관련 랩어카운트 자금 유입은 최근 나타나고 있는 국내 주식형 펀드 환매 효과도 일정 부분 상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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