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출발한다는 것은 늘 설렘과 기대를 동반한다. 물론 약간의 걱정도 함께한다. 지방선거라는 제도 덕택에 지역도 4년마다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다. 단체장들도 지방의원들도 이제 이틀 후면 새 출발이다. 대구경북지역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는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
얼마 전 언론을 통해 경기회복 체감에 대한 일반 국민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보도가 있었다. 보도에서 시민들은 84%가 경기가 회복되었다고 느끼지 못하는데 전문가들은 65%가 경기가 회복되었다고 느껴 경기 회복에 대해 온도 차이가 확연했다. 지금도 거리에서 시민들을 만나보면 형편이 어려워 살기 힘들다고 말한다. 하반기에 물가 상승에 대한 이야기가 오르내리는 것도 시민들을 심리적으로 더욱 위축되게 한다. 시민의 삶과 통계는 이렇게 차이가 난다.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쁘다는 것은 그만큼 가격에 예민해진다는 말이다. 이런 사실에 대한 방증이 대형유통업체들의 가격정보 제공에 대한 횡포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의 냄새 나는 저가 상품 홍보전이 그것이다. 이마트는 자사에서 판매되고 있는 30개의 주요 생필품 가격이 다른 업체보다 싸다는 홍보를 했고 이에 열 받은 홈플러스는 이마트 전국 매장을 돌며 30개의 주요 생필품을 직접 구입해 가격을 비교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이마트의 광고가 사실과 달랐다는 주장이다. 가격 정보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용해 대형유통업체는 과대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을 우롱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경북의 지방자치단체가 새 출발을 위해 가장 필요한 자세는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펼치는 일일 것이다. 경기가 회복되었다는 전문가의 주장에 따라 정책을 집행하기보다는 시민들이 내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경기가 나빠 가격에 매달리는 시민들을 위해서 올바른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대형 유통매장의 가격뿐만 아니라 전통시장의 가격 정보도 함께 제공한다면 시민들이 전통시장을 이용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배추는 어느 전통시장에서 좋은 제품을 값싸게 판매한다, 현미는 어디가 더 싸고 좋다, 어느 전통시장엔 콩국수를 잘하는 집이 있다는 등의 정보 말이다. 물론 대형 유통매장 간 가격 비교도 가능해진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런 정보가 올바르게 유통된다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가격뿐만 아니라 제품을 생산한 이들도 알려줄 수 있다. 지역의 어느 공장이나 농가에서 생산된 제품이라고 알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시장 정보를 시장 통신원들을 통해 공유해보자는 것이다.
2007년부터 한일극장 앞에 횡단보도를 설치해달라는 시민들의 요구가 있었다. 대구의 가장 상징적이고 보행 수요가 많은 공간에 횡단보도를 설치해서 사람 중심의 대구를 만들어가자는 주장이었다. 2008년 설치에 대한 약속이 있었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결국 2009년 초에 시민단체 대표들과 대구시장과의 즉석 면담이 이뤄졌다. 여기서 한일극장 횡단보도 설치와 관련한 몇 가지 약속이 있었다. 하지만 약속한 시간은 계속 지나가고 있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 필요한 두 번째 자세는 소소한 약속일수록 지켜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소소한 약속에 대한 이행이 거대한 약속에 대한 믿음을 가지도록 한다. 특히 시민들과 함께 한 약속에 대해서는 작든 크든 꼭 지켜야 한다.
약속을 지키고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분명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새로운 출발이 되지 못할 것에 대한 약간의 걱정이 생기긴 한다. 대구경북지역은 많은 부분에서 인물이 교체되지 못했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는 인물이 바뀐 지역보다 몇 배의 새로운 각오가 필요하다. 지역을 위한 변화의 의지가 분명하다면 사람이 바뀌지 않더라도 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구태의연한 모습을 버리고 시민들에게 좀 더 다가가자. 중앙정부나 대기업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이 땅에 살고 있는 시민들을 바라보자!
안재홍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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