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실하고 수사 의지도 없는 경찰을 어찌 믿겠나

입력 2010-06-28 10:41:29

대구 범물동 여대생 납치'살해 사건 수사 과정에서 보여준 경찰 대응은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사건 발생 1주일 전 불과 700m 떨어진 인근에서 또 다른 납치 미수 사건이 있었음에도 이를 단순 폭력 사건으로 보고 안이하게 대처했고 거의 다 잡은 범인을 놓치는가 하면 도주로 차단과 검문검색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총체적 수사 부실이 화를 키운 것이다.

만약 경찰이 앞서 20대 여성 납치 미수 사건에 대해 수사의 초점을 제대로 맞추고 수사력을 집중했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었다. 물론 이런 가정이 소용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만에 하나 비극적인 결말을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신중하게 수사에 임하지 않고 폭력이나 성범죄 미수 사건으로 단정해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힌 것은 결국 경찰의 중대한 실수이자 수사 의지 부족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납치 사건만큼 수사하기가 까다롭고 경찰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범죄도 사실 많지 않다. 자칫 잘못 판단했다가는 피해자의 목숨이 순간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이런 범죄일수록 경찰이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사건에 접근하고 수사도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안이한 판단에다 수사에 적극성까지 보이지 않았다면 분명 경찰에 문제가 있다.

250만 명이 사는 대도시에서는 매일 갖가지 사건 사고가 발생한다. 이를 예방하고 매 순간 적절히 대처해 해결하느라 파김치가 될 수밖에 없는 경찰의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인명이 좌우되는 사건에서 중요한 것을 놓치는 부실 수사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경찰은 시민의 안녕과 재산을 지키는 최일선의 공직자들이다. 스스로 본연의 임무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반성하고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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