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전 앞두고 직장마다 '월드컵 열풍'
직장인 손혁수(41) 씨는 동료들 사이에서 '펠레'로 통한다. 그가 축구를 잘해서가 아니다. 브라질의 축구 영웅 펠레가 예상한 우승 후보가 역대 월드컵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는 일이 반복되자 생겨난 '펠레의 저주'와 손 씨가 동료들에게 찍어주는 주식 종목 성적표가 좋지 않다는 점이 같은 탓에 붙여진 별명이다.
손 씨는 "월드컵이 시작된 뒤 동료들 사이에서 축구 선수들을 빗댄 별명짓기가 유행"이라며 "연봉이 제일 많은 친구는 호날두, 실적이 좋은 친구는 박지성 등 부서마다 월드컵 선수 별명이 넘쳐난다"고 귀띔했다.
남아공발 월드컵 열풍이 직장에서 몰아치고 있다. 월드컵 별명짓기는 물론이고 월드컵 패션, 월드컵 내기, 월드컵 몸보신, 월드컵 단체 응원 등 일터마다 월드컵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대구 한 복지재단은 얼마 전 삼계탕 회식자리를 마련했다. 밤새 축구를 보느라 업무 시간에 꾸벅꾸벅 조는 직원이 생기자 '월드컵 몸보신'이란 처방을 한 것. 이곳 관계자는 "4년에 한번 있는 월드컵인데 말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없어 삼계탕 회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직장 동료들끼리 점수 맞추기 내기도 인기다. 성서공단의 한 중소기업은 출근과 동시에 직원들이 1만원씩 걸고 내기를 하고 있다. 장재혁(33) 씨는 "한국전은 물론 빅 매치 경기에는 내기를 하느라 직원마다 전문가 못지않은 축구 분석가가 돼 버렸다. 그러나 정작 내기를 한 4차례의 경기 모두 점수를 맞춘 이가 없어 이월된 금액만 100만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직장 전체가 붉은 색으로 물들여진 곳도 등장했다. 대구YMCA 희망자전거 제작소가 만든 자전거에는 월드컵이 시작된 후 자전거마다 '붉은악마 승리의 함성'이란 붉은 셀룰로이드판을 붙였다. 대구 중구 한 대형 서점의 경우 전 직원이 붉은악마 티셔츠를 입고 출·퇴근을 하고 있으며 한 증권사는 전 지점을 대상으로 붉은악마 티셔츠를 입고 업무를 보도록 했다. 또 동성로를 중심으로 휴대전화 대리점, 옷 가게 등의 점원들은 6월 초부터 월드컵 티셔츠를 입고 손님을 맞고 있다.
단체 응원을 펼치는 직장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경북 한 지자체는 한국과 아르헨티나전이 있던 17일 50여명의 직원들이 달서구 코오롱야외음악당에 집결해 응원전을 가졌다. 또 중구의 한 기업은 한국과 우루과이전 16강 경기가 열리는 26일 오후 11시 회사 강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열띤 응원전을 펼칠 계획을 갖고 있다.
김모(35) 씨는 "한국전이 있는 날 사장님과 직원 모두가 붉은악마 티셔츠를 입고 태극전사 8강행을 응원할 예정"이라며 "회식도 병행한다고 하니 업무 스트레스도 날리고 동료 간 유대도 돈독히 하는 일석이조의 자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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