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통신] "남아공이 불안하다고? 한국이 더 위험해 보여"

입력 2010-06-24 10:47:52

월드컵 국가적 행사 인식 없어 "그냥 즐길 뿐"

"'남아공' 하면 '위험한 곳'이라 인식돼 있지만 사실 한국보다 좋은 점도 많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선교 활동을 하고 있는 김광락(45·포체스트롬) 선교사의 얘기다. 남아공이 한국보다 치안이 불안한 건 사실이지만 남아공 사람들 눈에 비친 한국은 남아공보다 더 불안하고 위험한 나라라는 것. 김 선교사는 "월드컵을 계기로 남아공이 알려지는 것은 좋지만 부정적인 면만 부각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남아공에서는 한국을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 국가',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국가' 등 매우 위험한 곳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CNN에서 최근 한국에 대해 보도하고 있는 내용도 천안함 사건과 핵무기 관련이어서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이곳 사람들은 오히려 "그런 나라에서 어떻게 사느냐"고 되묻고 있다.

남아공 치안이 불안하다고 하지만 조심하는 습관이 몸에 배면 오히려 한국보다 안전하고 편하다고 한다. 남아공에 살다 보면 불안한 치안에 익숙해지고 어떻게 하면 강도를 안 만날 수 있는지 몸으로 체득하기 때문에 그렇게 위험하게 생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월드컵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인식도 다르다. 2002년 월드컵을 개최했던 한국과 현재 월드컵이 열리고 있는 남아공의 큰 차이 중 하나는 '단결' 여부다.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하나로 뭉쳤던 한국과 달리 남아공에서는 정부가 아무리 열심히 월드컵을 홍보해도 좀체 단합되지 않는다는 것. 우선 백인들이 월드컵에 큰 관심이 없는데다 공식 언어만 11개나 되는 등 부족과 인종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12배에 달하는 넓은 영토도 '국민 단결'의 걸림돌이다.

또 남아공 국민들에겐 월드컵을 통해 뭔가를 이루려는 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 월드컵이 주최국과 국민들에게 단순히 즐거운 이벤트가 돼야 할 지, 또 다른 성과를 기대해도 될 지에 대해 정답은 없지만 남아공에는 세계적인 행사를 통해 국가적인 성과를 얻어야 한다는 인식이 희박한 것은 사실이다.

김광락 선교사는 "한국은 월드컵을 국가 발전의 계기로 삼으려 했지만 이곳 흑인 대다수는 그저 '월드컵은 인생에 한번뿐인 축제'라고만 생각해 그저 최대한 즐기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남아공 더반에서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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