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의 16강 진출로 월드컵에 대한 흥분은 점입가경이다. 누가 뭐래도 월드컵의 주인공은 32개국 출전국 선수들이다. 하지만 이들 이상으로 가슴을 졸이며 월드컵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글로벌 기업의 스포츠 마케팅 담당자들이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기업이 브랜드 인지도를 1% 높이는 데 약 5천만 달러가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월드컵은 비용에 비해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최적의 스포츠 이벤트이다. 공식후원사이든 아니든 스포츠 마케팅 담당자들은 월드컵을 통해 치열한 스포츠마케팅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때로는 매복 마케팅이 공식후원사보다 인지도를 높이는데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각국대표팀을 후원한 나이키와 국가대표 축구팀 공식 응원단인 붉은 악마와 후원계약을 체결한 SK텔레콤이 공식후원사인 아디다스와 KT를 압도한 사건은 유명하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만 하더라도 공식후원사와 매복 마케팅 기업들이 마케팅에 투입하는 금액은 2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월드컵은 글로벌 기업들이 피해갈 수 없는 용호상박의 전쟁터이다.
혹자는 월드컵의 상금이 왜 그렇게 많은지 궁금해 한다. 특히 이번 월드컵의 총 상금은 4억2천만 달러(약 5천200억원)로, 2006년 독일 월드컵에 비해 60% 이상이 늘어났다. 우승팀에는 3천만 달러(370억원), 준우승팀에는 2천400만 달러(290억원)가 주어지고, 4강팀에는 2천만 달러(240억원)가 지급된다. 8강에만 오르면 1천800만 달러(220억원), 16강까지만 가도 900만 달러(110억원)를 상금으로 획득한다. 조별 예선에서 탈락해도 예선 3경기 출전수당으로 800만 달러(96억원)를 받고 모든 본선 진출국은 대회준비금으로 이미 100만 달러(12억원)를 수령한 상태다. 도대체 이 많은 상금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메가 스포츠이벤트는 방송중계권, 입장료수입, 광고 및 기업스폰서 수입으로 대별할 수 있다. FIFA가 이번 남아공월드컵을 통해 벌어들일 총수입은 36억 달러(4조5천억원)정도로 추정되는데 이는 2006년 독일 월드컵 때의 총수입(23억 달러)보다 50%가량 늘어난 규모다. 즉 FIFA의 실질적인 수입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특히 FIFA의 최대 수입원은 TV 중계권료이다. 남아공 월드컵의 TV 중계권료는 27억 달러(3조4천억원)다. 이는 2006년 독일 월드컵의 TV 중계권료 20억 달러보다 30%가량 늘었다. 월드컵 때마다 우승상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배경에는 중계권료의 상승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중계권료가 월드컵 때마다 30% 이상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FIFA는 월드컵만 기다리는 형국이다. 오늘날 월드컵이 세계를 휘감을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미디어와 결합했기 때문이다. 15년 전 호주출신의 미디어 재벌 머독은 "스포츠는 TV 시청자를 끌어 모으는데 영화를 비롯한 기타 어떤 형태의 오락물보다 절대적으로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 역설하면서 스포츠를 '킬러 콘텐츠' 또는 '마르지 않는 유전'으로 정의했다. 특히 월드컵은 단일 국가적 체계보다는 전 세계적 체계 구축에 용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전형적인 '킬러 콘텐츠'인 것이다. 아디다스와 코카콜라, 맥도널드 같은 회사들이 왜 스포츠에 집착했을까. 그것은 스포츠의 문화적 힘과 시장성에 대한 확신 때문이다.
대부분의 전문가가 월드컵과 올림픽을 지구촌의 양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고 있다. 정확한 지적이다. 그러나 스포츠마케팅의 관점에서 보면 월드컵이 올림픽보다 효과 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일단 대회 기간에서 월드컵이 2주 정도 길 뿐 아니라 축구는 단일종목이기 때문에 집중도가 올림픽에 비해 높다. 따라서 글로벌 소비자에게 접근하기에는 월드컵이 최상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비용편익에서도 월드컵에 대적할 이벤트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월드컵은 각국의 축구팬들만 잠 못 들게 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으로 가슴 졸이며 잠 못 드는 사람은 바로 글로벌 기업의 스포츠마케팅 담당자가 아닐까.
전용배·동명대 교수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탄핵안 줄기각'에 민주 "예상 못했다…인용 가능성 높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