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 16강! 16강!" 붉은악마, 잠을 잊은 열정

입력 2010-06-23 09:53:37

"16강! 16강! 16강!"

23일 오전 5시 20분, 대구시민운동장 전광판에 '원정 첫 16강 진출 확정!'이라는 자막이 떴다. 붉은악마 대구지회 회원 50여명이 일제히 '16강'을 외쳤고 시민들도 합세했다.

태극전사들의 16강 진출 확정이라는 낭보 뒤에는 시민들의 거리응원을 주도한 붉은악마들의 열정이 있었다. 23일 대구시민운동장에서 붉은악마들은 피곤도 잊은 채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응원전을 이끌었고 목이 쉬도록 '대한민국'을 외쳤다.

특히 직장을 가진 붉은악마들은 나이지리아전 경기에 '올인'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월차를 모두 썼고, 오전에 잠깐 휴가를 내는 반차까지 동원했다.

붉은악마 대구지회 김은희(34) 회장 역시 이날 경기를 위해 월차를 냈다. 당초 한국 대표팀이 8강까지는 바라볼 수 있다고 예상했지만 경기 내내 떨리는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다.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월차를 낸 보람이 있다"며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어린 붉은악마들의 응원 열정 역시 뜨겁기는 마찬가지였다. 박지빈(18)군은 고교 3년생. 수능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경기 응원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경기가 끝나면 학교로 곧장 가려고 교복까지 미리 챙겨왔다"며 "내겐 4년에 한 번 있는 월드컵도 공부만큼 중요하다"고 당당히 말했다.

16강 진출 여부가 걸린 이날 경기를 지켜보며 붉은악마들은 예전보다 더욱 목소리를 높였고 힘차게 북을 두드렸다. 대형 깃발을 흔드는 팔이 아파도 결코 멈추지 않았다. 응원을 이끄느라 정작 경기를 제대로 볼 수 없는 경우도 생겼지만 대표팀을 생각하며 힘을 냈다. 이은노(24) 현장팀장은 "경기 때마다 응원을 이끄느라 골 넣는 장면을 제대로 보지 못하지만 승리했을 때의 보람은 남다르다"며 "집에 돌아가 TV하이라이트를 보며 다시 확인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황수영 인턴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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