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동에서] 대구 교육의 위기

입력 2010-06-22 08:01:13

얼마 전 지방 선거가 끝났다.

올해 선거는 교육감과 교육의원 투표까지 더해지면서 어느 해보다 유권자들의 '한표 선택'이 힘든 선거였다. 특히 교육감 선거는 9명의 후보가 등장한데다 정당공천까지 없어 선거 막판까지 부동층이 40~50%를 넘는 이상한 선거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첫 직선제 교육감 선거를 통해 자연스레 접한 공감대가 있다.

'대구의 교육이 위기'라는 점이다. 9명의 후보 모두 대구 교육의 문제가 무엇인지, 또 위기의 대구 교육을 살리기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를 우선 역설했다.

1960, 70년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대구의 대표 브랜드는 자연스레 두 가지로 굳어졌다. '섬유'와 '교육'이다. 밤새 돌아가는 직기 소리는 대구 경제의 원동력이었고 전국에서 수많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대구로 몰려들었다. 교육 또한 대구의 경쟁력이었다. 지역의 고교들은 서울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우수 인재를 배출했고 대학 또한 한강 이남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2010년 현재, 섬유는'잘나가던 대구'를 회상시키는 아련한 향수가 됐고 교육 또한 '위기'를 논하게 됐다.

교육감 후보들이 모두 '학력 신장'을 공통 공약으로 내걸 정도가 됐고 이달 초 정부가 발표한 전국 7대 대도시 교육청 평가에서 대구는 4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꼴지(7위)에서 엄청난 순위 상승을 했지만 예전의 명성을 되돌아 본다며 부끄러운 현실이다.

대학 또한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한달 전 국내 모 기관이 4천여명의 전 세계 학자들의 평가를 바탕으로 실시한 국내 대학 평가에서 경북대는 13위를 기록했다. 부산대(11위)는 물론 전북대(14위)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한 것. 분야별 평가를 보면 사회과학과 인문예술은 10위권 밖으로, 의학 분야도 부산대(6위)보다 순위가 뒤처진 9위를 기록했다. 특히 IT 분야는 경북대가 인력 배출의 요람이었지만 부산대(6위)에 4위나 뒤진 10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경북대 내부에서조차 '위상 추락'은 공론화된 지 오래다. 한강 이남 최고 사립대란 명성을 얻었던 영남대나 지역 내 다른 사립대학들도 위기를 거론한 지 오래다.

물론 지역 대학의 낮아진 위상은 대학만의 책임은 아니다. '섬유'에 이어 '건설'까지 무너지면서 대구 경제는 성장의 동력을 상실한 지 10여년이 넘었다.

기업이 무너지고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지역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은 타지로 떠나는 것이 이제 일상이 됐다. 또 '지방대 졸업'이라는 차별을 넘기 위해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현실이 됐다.

지방 선거가 끝나면서 단체장들의 새로운 임기가 시작된다.

김범일 시장과 우동기 교육감 당선자에 이어 지난주에는 경북대 총장 선거가 치러져 함인석 의대 교수가 후임 총장으로 선출됐다.

대구가 선택한 리더인 이들의 역할과 성과에 따라 대구의 미래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위기'라는 단어가 후보들의 선거 공약에서 사라지기를 기원해 본다.

이재협 사회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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