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대표팀 감독은 영광스런 자리다. 하지만 성적이 나쁘면 명예 대신 오욕만 남는 자리이기도 하다. 남아공 월드컵의 조별 예선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프랑스의 레몽 도메네크 감독 등 성적이 부진한 각국 대표팀 감독들은 좌불안석이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허정무 감독도 아르헨티나전 참패로 비난과 비판을 한몸에 받고 있다.
특히 오른쪽 풀백으로 그리스전에서 선전한 차두리 선수 대신 박주영 선수 자책골의 빌미를 제공한 오범석 선수를 기용한 것을 두고 온갖 비난과 풍문이 떠돌고 있다. 허 감독과 오 선수의 아버지 오세권 씨의 친분, 허 감독과 차 선수의 아버지 차범근 씨의 악연 등도 그 중 하나다.
오 선수와 차 선수는 한 스승 밑에서 배운 축구 선수 아버지를 두었고 포지션이 오른쪽 풀백이라는 묘한 인연이 있다. 오 선수의 아버지 오세권 씨는 차범근 씨를 발굴해 키운 고 장운수 감독 밑에서 1970년대 중반 대구 계성고 축구부의 골키퍼로 활약했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을 거쳐 현재 한국 내셔널리그 이사다. 그래서 오 선수의 기용을 놓고 배경이 작용했다는 말까지 떠돌고 있다.
배경이 작용했다면 한국 축구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으로 볼 때 오 씨보다 차 씨의 영향력이 더 크다. 풍문으로 떠도는 악연 때문이라면 차 선수를 국가대표로 선발하지도 않았을 게다. 허 감독은 감독 부임 초기 '허무 축구' '허접 축구'라며 비난을 받으면서도 대표팀을 월드컵 본선에 진출시켰다.
지금 한국 축구 대표팀에 대해 가장 많은 고민과 번민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누구일까. 두말할 것도 없이 허정무 감독이다. 그래서 차범근 씨도 "전쟁 중 장수가 힘을 잃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며 "허 감독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거들고 있다. 그 역시 1998년 프랑스월드컵 당시 조별 예선 네덜란드전 5대 0 대패로 대회 기간 중 전격 경질된 바 있다.
'의인불용 용인불의(疑人不用 用人不疑)'라고 했다. 의심나는 사람은 쓰지 말고 쓴 사람은 의심하지 말라는 뜻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평가전에서 5대 0으로 거듭 대패했으나 히딩크 감독을 끝까지 믿고, 경질하지 않은 게 4강 신화로 이어졌다. 허 감독에 대한 비판은 23일 나이지리아전이 끝난 뒤에 해도 늦지 않다.
조영창 논설위원 cyc58@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
검찰, '尹 부부 사저' 아크로비스타 압수수색…'건진법사' 의혹 관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