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논단] 기후 변화,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할 때

입력 2010-06-21 10:54:46

'대구 사과'라는 말이 이제는 통하지 않는 시대가 왔다. 비단 사과뿐만이 아니다. 기온 상승으로 복숭아, 포도, 인삼 등의 주산지가 계속해서 북진에 북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말 수산과학원은 우리나라의 대표 국민 생선인 명태를 멸종 위기에서 보호하기 위하여 살아있는 명태를 어획해 신고하면 시가의 최고 10배를 보상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포스터를 제작'배포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현상들은 그저 웃고 넘길 수만은 없는 우리의 생활과 직결된 문제로 한반도 주변의 기후 변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국립기상연구소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 지구 평균기온은 0.74℃ 오른 것으로 나타났지만 한반도의 기온 상승폭은 1.5도로 지구 평균보다 2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기후 변화에 대한 인간의 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21세기 말쯤 기온은 20세기 말 대비 최대 6.4도, 해수면은 최대 59㎝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예측했다.

또한 통계청의 자료에도 농산물의 경우 지구 온난화로 인해 재배 면적에 대한 변화가 가장 많이 나타났으며 자연스럽게 농산물의 주산지가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표적 작물인 사과는 소백산을 넘어 강원도까지 주산지가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 영향은 일부 생물의 멸종 및 농작물의 수확량 감소, 병해충 발생 증가로 인한 생산성 감소, 해수면 상승에 의한 범람과 폭풍우 급증 등이 예상되며, 심각한 생태계의 변화를 초래해 궁극적으로 인간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에 필자는 기후 변화에 대한 적응과 완화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언급하고자 한다.

먼저, 지금 우리가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이미 파괴된 온실층에 의한 기후 변화 문제는 피할 수 없으므로 적극적으로 적응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 온난화는 농산물과 수산물 생산에 큰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각 지역별로 새로운 환경에 대응하는 품목으로의 전환 및 개발이 시급하다. 아열대 지역에서 자라는 고급 작물과 어종을 우리나라 특색에 맞게 과학적으로 계량화하여 새로운 대체 품목으로 키워야 한다. 또한 최근 증가하고 있는 기상이변과 자연재해의 심각성이 날로 커짐에 따라 국가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 기상에 대한 정보 공유 및 자연재해에 대한 상호협력체계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이미 일어난 피해에 대해서도 범국가적인 차원의 관심과 보상이 필요할 것이다.

다음은 완화의 관점이다. 모두 공감하는 내용이겠지만 기후 변화를 다소 늦추는 완화 정책을 능동적으로 펼쳐야 한다. 온실가스를 완화시키기 위하여 에너지 공급, 수송, 건축 및 산림, 폐기물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에너지 공급에서는 태양광, 풍력, 바이오 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의 적극 개발과 보급을, 자동차 및 선박을 비롯한 수송 측면에서는 에너지동력원을 석유에서 친환경에너지 자원인 전기와 수소로 전환해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건축에서는 설계에서부터 친환경설계를 통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냉'난방비를 절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무엇보다 산림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중요한데 산림은 자라면서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등 비용 측면에서 효과적인 감축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또한 일상생활 및 산업 활동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을 메탄 및 폐열 활용, 퇴비화 및 재활용을 통하여 에너지를 적절히 재사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최근 지구 온난화로 인해 세계 각지에서 발생하는 대형 자연재해를 언론매체를 통해 자주 접하고 있다. 그러한 뉴스를 접할 때마다 필자는 안도의 한숨과 왠지 모를 불안이 밀려오기도 한다. 기후변화의 문제는 모든 국가의 공통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6일 한승수 전 국무총리를 이사장으로 하는 '녹색성장연구소'(GGGI) 창립을 선포하고 기후변화에 대해 적극적인 대처를 약속했고 지난해 경북 김천에 세계 기후변화 종합상황실을 개소하는 등 범국가적으로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앞장서 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에 앞서 우리 개개인 스스로가 먼저 일상생활에서부터 에너지 절약과 자원 재활용 등 저탄소 라이프스타일로 전환해 작은 것부터 실천에 옮겨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구 온난화로 인한 지구촌 위기를 신'재생에너지 등 기후변화 관련 산업의 창출과 오히려 성장의 기회로 삼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할 것이다.

이인선 대구경북과학기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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