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인기남' 트렌드
'젠틀남→럭셔리남→꽃미남→짐승남→(?)남'
여성들로부터 선호받는 인기남의 트렌드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인기를 끄는 스타일이 큰 획을 그으며 달라지고 있는 것. 매너가 좋고 여성에 대한 배려가 몸에 익은 젠틀남에서 갑자기 돈 많아 보이는 럭셔리남으로, 또 부드러운 꽃미남이 사랑받다 갑자기 터프하고 남성적인 매력이 풍기는 짐승남으로 인기남의 트렌드가 돌변한다.
정해진 법칙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남녀가 함께 경제생활을 하면서 성별 구분없이 상품화가 이뤄지고 있다. '자고로 여성은 이래야 된다'는 사고에서 '이 정도는 돼야 매력있는 남자'로 시대 변화가 선명해지고 있는 셈이다.
대경대 국제모델과 신현욱 교수는 "사회적 흐름에 따라 인기를 끄는 남자는 달라질 수 있다"며 "최근 짐승남이 사랑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힘든 현실에서 여성들이 야성미 넘치는 남성에게서 보호받고 싶은 심리와 왠지 강해 보이는 남자에게 더 끌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신 교수는 "대중매체가 나쁜 남자, 까칠한 남자 등을 내세워 여성들에게 매력있는 남자로 다가가게 하는 것도 인기남의 대세를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 상품화 측면에서 보면 이젠 모든 측면에서 남성과 여성을 가리지 않고 함께 진열대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시대의 변화는 그 흐름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법. 인기남의 변화와 함께 2010년 이후에는 또 어떤 인기남이 등장할지 사뭇 궁금해진다.
◆대세를 이룬 인기남의 변화
대한민국의 인기남이 급속도로 빠른 진화를 하고 있다. '젠틀맨이면서 잘 생긴 장동건에서 여성미까지 갖춘 부드러운 꽃미남 이민호에서 식스팩으로 상징되는 근육에 터프함이 물씬 풍기는 2PM의 옥택연으로.'
이들은 당시의 트렌드를 이끌던 대표적인 인기남으로 여성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짐승남은 지금 사랑받고 있는 유형으로, 옥택연이 방송에서 러닝셔츠를 찢기만 하면 여성들은 소리를 지르며 자지러진다. 마치 기성세대 주부들이 나훈아 쇼에 푹 빠져 전율을 느끼듯이.
우리 주변에도 인기남의 변화는 막을 수 없지만, 개별 남성의 입장에서 보면 각자의 개성과 취향대로 매력을 발산해야 한다. 인기남의 대세가 있다 해도 모든 여성들이 다 똑같지는 않다. 나만의 스타일로 여성들로부터 호감을 받는 3인을 만나봤다.
한의사인 꽃잎위에선 정태선(33) 원장은 깔끔한 럭셔리 정장에 포인트를 주는 스타일을 지향한다. 병원 특성상 특히 여성 고객들에게 호감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더 각별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 정 원장은 느끼하지 않으면서 여성들에게 편하고 친절하게 대화하는 법, 어떤 행동이나 제스처를 취해야 신뢰감을 더 줄 수 있을지 등에 관해 항상 연구하고 고민한다. 이러다 보니 미혼인 정 원장은 자연스레 대부분의 여성들에게 호감을 주는 인기남으로 통하고 있다. 그는 "제 자신이 인기남이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호감형 남자가 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대경대 국제모델학과 박호영(19)씨는 꽃미남에 속하는 반면 오지성(24)씨는 짐승남 스타일로 대조를 이룬다. 박씨는 항상 부드러운 스타일로 여성들에게 접근하는 편이지만 오씨는 터프한 매력을 발산하며 거침없이 행동하는 편. 요즘은 짐승남이 대세인 터라 오씨가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오씨는 "여성들을 배려하지만 언제나 주저하고 망설이는 스타일보다는 화끈하게 여성을 이끌어주는 남성이 더 매력적이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신종족 '토이남' 주목받을까?
토이남도 짐승남의 대세 속에 주목받고 있다. 토이남은 문화 칼럼니스트 김현진씨가 한 매거진의 칼럼을 통해 공식화하면서 인터넷을 빠져 나와 세상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어원은 그룹 토이에서 비롯됐다. 토이의 노래에서나 나올 것 같은 낭만적 삶을 사는, 감수성이 예민하고 자기애가 유난히 강한 대한민국의 20대 후반 30대 초반 남성을 가리킨다. 30대 중·후반 남성 중에서도 이 기질은 포착된다.
가수 토이의 유희열(38)이 KBS 2TV의 음악방송 프로그램 '유희열의 스케치북' 진행자로 선정되면서 '혈'(유희열에 대한 애칭) 마니아들은 원조 토이남이 라디오에 이어 TV도 점령했다고 좋아하고 있다. 요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소리없이 매력있는 남자로, 새로운 남성상을 대변하는 문화 코드로 떠오르는 이 신종족을 선호하고 있다.
직장인 이지향(29·여)씨는 "뭘 내세우고 보여주려는 남자보다 조금씩 드러나는 매력이 나를 풍요롭고 향기롭게 해주는 은은한 남자가 더 끌린다"며 "대체로 애인이 있거나 결혼한 남자인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매력적인 것이 사실"이라고 토이남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실제 토이남은 패션에도 남다른 취향과 감수성을 발휘한다. 여자들 못지않게 최신 유행에 민감하고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 직장인 황혜인(32·여)씨는 "내가 아는 토이남은 안경테만 20, 30개며 그날그날 옷에 맞춰 사용할 정도로 자신만의 패션 스타일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토이남을 선호하는 여성들은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나 제레미 아이언스의 성숙한 은빛 외모에서도 포근하고 안락한 미래를 엿본다.
문화 칼럼니스트 김홍기씨는 "1990년대에 다양한 문화적 혜택을 받은 남자들은 가부장적이고 마초적인 전통적 남성상을 멀리 한다"며 "공일오비와 토이, 인디 뮤직 등이 토이남의 감수성을 형성했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등장할 어떤 남자 유형이 여성들의 맘을 사로잡을지는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인기남이 물질 만능주의나 외모로 흐르기보다는 끈기남, 불굴의 의지남, 균형남 등 너무 자극적이지 않은 남자가 사랑받길 기대해본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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