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천㎡ 식물원 조성 4년간 고군분투…청도 이태호씨

입력 2010-06-19 07:20:00

원예학과 졸업후 축산업, 꿈 포기못해 25년만에 전업

축산업을 그만두고 혼자 6천㎡의 식물원을 4년째 꾸미고 있는 이태호 대표가 온실에서 화초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청도·노진규기자
축산업을 그만두고 혼자 6천㎡의 식물원을 4년째 꾸미고 있는 이태호 대표가 온실에서 화초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청도·노진규기자

청도 화양읍 화양읍성 주차장 맞은편 한옥 사이로 아기자기한 식물원이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목책 안 정원에는 정자와 연못, 의자, 꽃말풀이 안내판이 가지런히 자리 잡고 있고 온실에는 원추리, 구절초, 금낭화 등 어림잡아 400여종의 국내외 야생화가 자태를 뽐내고 있다.

개인 식물원 규모로는 매우 큰 6천㎡에 달하는 이곳은 청도자생식물원. 방문객들은 야생화 향기에 취했다가 문득 주인이 누구인지 궁금해한다.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손님을 맞는 이태호(56·청도 화양읍 동천리) 대표는 "구경하고 싶은 분은 언제든 환영한다"며 기꺼이 자리를 내준다.

이 대표는 4년째 식물원 조성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온 정성을 들이고 있다. 25년간 해온 축산업을 접고 우사 팔고 소 판 돈을 식물원에 쏟아부었다. 목수 일을 배우기 위해 청도 한옥학교도 다녔고, 중고 굴삭기를 구입해 혼자 연습한 후에 정원석 돌을 쌓았다고 한다.

전문 설계도 없이 수없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직접 설계·시공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곳 식물원을 보고 가면 일반인이 전문가 도움없이 작은 정원 정도는 혼자 꾸밀 수 있는 지혜를 배워갈 수 있도록 정원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식물원은 금방 수입이 나는 게 아니어서 쉽게 도전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어찌 보면 무모한 도전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이 대표는 젊은 시절부터 식물원을 가꾸는 게 꿈이었다. 경북대 원예학과(73학번)를 나온 그는 축산을 업으로 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 과감하게 삶의 방향을 바꾸게 됐다고 했다. "꽃이 좋아서 하는 일이고, 결과보다 과정이 좋으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며 "계절마다 달라지는 꽃들을 즐기면서 세월 가는 줄 모른다"고 웃음을 지었다.

그는 식물원이 앞으로 2, 3년 정도 더 공을 들여야 제법 짜임새를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식물원 옆에 한옥 2동을 짓고, 1동은 커피와 전통차가 있는 찻집으로 문을 열 계획이다. 이 대표는 19일 동네 주민과 초청 인사를 불러 식물원 개원 기념 음악회와 잔치를 갖는다.

청도·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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