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모텔 90곳 지정…외국어·아침 식사 안되고 '대실' 위주 영업
대구시가 추진하고 있는 그린스텔(친환경 숙박업소) 지정사업이 겉돌고 있다.
그린스텔 지정사업은 올 8월 세계소방관경기대회, 2011년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 등 대구에서 잇따라 열리는 국제행사를 앞두고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저렴하고 깔끔한 지역 숙박업소를 제공한다는 취지이지만 양과 질 모두 낙제점이다.
시가 그린스텔로 지정한 숙박업소들은 홈페이지조차 없거나 외국어 사용이 불가능하기 일쑤이고, 상당수 숙박업주들은 '대실' 영업을 위해 아예 그린스텔 지정을 꺼리거나 포기하는 분위기다.
대구시는 지난해 1박에 3, 4만원대인 저렴하고 깨끗한 모텔 90곳을 골라 '그린스텔'(greenstel)이라는 간판을 달아줬다. 그린스텔은 저탄소 녹색성장을 상징하는 '그린'(Green)과 '호스텔'(Hostel)을 합성한 단어. 올해 5월에는 61곳에 대해 추가 신청을 받았고 심사 후 이달 중 그린스텔로 지정할 계획이다.
그린스텔로 등록되면 전용 홈페이지(http//Greenstel.or.kr)와 홍보용 안내 책자에 이름이 올라가고 단체 예약 우선안내, 중소기업 경영안정자금 대출 등 지원책이 뒤따른다.
하지만 그린스텔로 지정된 90개 모텔 중 외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곳은 44개에 불과했다.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곳과 별도의 홈페이지를 갖춘 곳도 각각 하나뿐이다. 총 객실 수는 3천44실이지만 트윈 침대를 갖춘 객실은 76실이 전부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관광호텔을 제외한 모텔 등 시내 일반 숙박시설은 2만3천230곳으로 트윈 침대를 갖춘 객실은 116실(그린스텔 제외시 40실)에 머물고 있다.
숙박업계 종사자들이 그린스텔 등록을 외면하는 것도 문제다. 한 모텔 업주는 "외국인 손님을 대하기도 부담스럽고 대실보다는 장기 투숙을 하면 영업손실이 크다"며 "그린스텔로 등록하면 시에서 이것저것 참견할 텐데 업주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객실 추가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대구시도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업주들의 협조가 부족하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며 "홈페이지에 영어뿐 아니라 일본어, 중국어 서비스도 지원하고 그린스텔 주위에 아침식사가 가능한 곳을 찾아 정보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린스텔 사업이 능사가 아니라 소규모라도 관광호텔 수를 먼저 늘려야 하고 관광 인프라 개발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계명대 관광경영학과 정우철 교수는 "젊은 문화를 익히고 아침식사도 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대학 기숙사를 이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지만 그것도 근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며 "볼거리, 즐길거리 등 관광 콘텐츠를 꾸준히 개발해 일정한 수준의 외국인 관광 수요를 계속 만들어나가야 숙박업에 대한 민간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