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정의 별의 별 이야기] 군 복무 마치고 4집 앨범 발매 바이브

입력 2010-06-17 14:14:57

아날로그적 감성 충만…그 스타일 그대로

자극적인 리듬과 빠른 템포, 직설적인 가사의 노래들이 가요계를 점령하는 요즘, '바이브'의 노래는 꽤나 이질적이다. 빠르지도 않고, 직설적이지도 않다. '술이야' '그 남자 그 여자' '오래 오래' '미워도 다시 한 번' 등 히트곡에서 보여준 깊은 아날로그적 감성, 그게 '바이브'의 색깔이다.

'바이브'의 두 멤버 류재현과 윤민수가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4집 정규 앨범 '바이브 인 프라하'(VIBE in PRAHA)로 돌아왔다. 2006년 2월 3집을 발매한 이후 4년 만에 들려주는 새 노래다. 17곡이나 되는 트랙은 바이브의 감성에 목말라하는 팬들의 갈증을 풀어주기에 충분하다.

"요즘 같은 가요 시장에서 정규 음반을 내는 것이 시대에 역행하는 것으로 생각되기도 했어요. 하지만 우리를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있으니까 정규 음반을 고집했습니다. 원래 스무 곡도 넘게 실으려다가 몇 곡 줄인 거예요."(류재현)

오랜만에 낸 앨범이기 때문일까. 4집에는 마스터피스를 만들겠다는 두 사람의 노력이 오롯이 녹아들었다. 체코 프라하에서 현악기 사운드 녹음과 재킷 촬영을 진행했고, 미국 할리우드와 일본 도쿄의 스튜디오에서 마스터링 작업을 했다. 류재현의 감성적이고 섬세한 가사, 윤민수의 애절한 목소리가 4집을 웅장하면서도 따뜻하게 채웠다.

"프라하에서 현악기를 녹음한 것은 동유럽 특유의 차가운 감성을 담기 위해서였죠. 원하는 사운드를 얻어 냈고요."(류재현)

"우리가 원래 하던 스타일대로 음반을 만들었습니다. 예전부터 '대중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면서도 변하지 말자'고 우리 자신과 팬들에게 약속했었죠. 그대로 이번 음반을 만들었고요."(윤민수)

바이브는 '술이야' '미워도 다시 한 번' 등 히트곡에서 보듯, 사랑을 하고, 사랑을 잃는 과정을 구체적인 가사로 묘사해 공감을 얻었다. 이번 앨범 수록곡 역시 그렇다. 류재현과 프로듀서 박경진이 함께 쓴 타이틀곡 '다시 와 주라'는 연인을 잃고 슬픔에 빠진 상황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공동 타이틀곡인 '미친 거니'는 떠나간 연인을 계속 기다리는 자신이 미친 것만 같다는 내용을 담은 노래다.

연인과 동거를 하다 헤어진 상황을 담은 '동거', 사랑을 고백하지 않고 그냥 좋은 오빠 동생으로만 지낼걸 그랬다는 후회를 담은 '좋은 오빠 동생으로만' 등 노래는 구체적인 상황 묘사를 통해 공감을 준다.

"'다시 와주라'는 제 경험담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의 사랑 얘기를 듣고 가사를 썼죠. 우린 가사를 먼저 쓰고 음악을 만들어요. 가사를 그만큼 중요하게 여기죠. 글에 맞는 음악을 만드는 거예요."(류재현)

사랑과 이별 노래가 담긴 음반에 전혀 색이 다른 노래 한 곡이 실렸다. 15번 트랙 '숭례문'이 그것. 소실된 국보 1호 숭례문에 대한 아쉬움과 슬픔을 담은 노래다. 테너 하석배, 소프라노 최혼녀, 국악신동 박성렬군 등이 노래를 함께 불렀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숭례문이 불에 탄 것이 너무 아쉽고 슬펐어요. 그래서 노래로 표현을 했죠. 숭례문이라는 노래를 만들면서 그 저작권을 우리가 갖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이 돼서 '숭례문'의 저작권료는 전부 기부하기로 했어요."

슬프고 감성적인 노래가 주를 이루는 바이브의 앨범. 그러나 직접 만난 두 멤버는 앨범의 분위기처럼 우울하거나 감성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재치 넘치는 입담을 자랑해 시종 웃음이 넘쳤다.

"기분이 좋을 때 오히려 슬픈 노래가 잘되죠. 정말 내가 슬프면 슬픈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잖아요."(윤민수)

"나에게 감정이 실려 있는 것과 남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은 달라요. 우리가 부르는 슬픈 노래가 공감을 주는 이유가 거기 있는 듯해요. 항상 우리 음악처럼 살면 너무 우울할 것 같은데요."(류재현)

방위산업체에서 대체 복무를 한 두 사람은 가수 활동을 할 때 경험할 수 없었던 '직장 생활' 얘기를 하며 또 다시 재치를 발휘한다. 소프트웨어 회사에 다녔던 류재현은 게임 3D영상과 사운드 등을 만들었다. 윤민수는 인터넷 전화 소프트웨어와 이에 쓰이는 효과음 등을 제작했다.

"회사 생활이 쉽지 않더라고요. 퇴근하고 밤 9시만 되면 졸려서 그냥 곯아떨어졌죠. 그때의 힘든 마음을 담아서 민수에게 보이스메일 편지를 보냈어요. 그 얘기를 모티브로 해서 수록곡 '소주 한잔 하자 친구야'가 만들어졌습니다."(류재현)

두 사람의 입담이 너무 재미있어, '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재미가 없어서요. 밑바닥까지 망가질 자신도 없고요. 음악을 조금 홍보하려다가 어쭙잖게 이미지만 망가질 것 같아요. 우리의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이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말과 행동 때문에 노래에 감정이입을 하지 못할 것 같은 걱정도 있고요."(윤민수)

신보를 낸 후 이들은 예능 프로그램이 아닌 음악 방송도 거의 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모습을 꽁꽁 숨기기만 한 데에는 '공연으로 팬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숨어 있었다. 바이브는 18일과 19일 양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콘서트를 연다. 이 콘서트를 통해서 자신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십분 보여주겠다는 계획이다.

복귀 후 모든 일정을 콘서트에만 맞춘 바이브. 두 사람이 보여줄 감성의 하모니에 팬들의 가슴이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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