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4년 전, 지방선거일 바로 다음날 위와 비슷한 제목으로 글을 쓴 적이 있다. 이번엔 한나라당 앞에 '지역'을 덧붙였다. 당시 한나라당은 야당이었고, 지금은 여당이다. 당시엔 한나라당이 압승을 거뒀고, 이번엔 참패했다. 전체 선거 결과의 차이는 이처럼 크지만, 대구'경북의 선거 결과는 지난 지방선거나 이번 선거나 별반 다르지 않다.
지리멸렬했던 야권이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대약진을 했지만 대구'경북은 요지부동, 한나라당의 아성임이 재확인됐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지역 유권자들은 변함없는 '한나라당 외사랑' 투표 성향을 보였다. 차기 총선이나 대선에서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 물론 한나라당 공천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난 일부 지역에서 민심 이반이 드러나긴 했다. 그러나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하다.
전국 대부분 지역, 특히 수도권에서 여당의 일방 독주에 제동을 걸기 위해 국민들이 야권에 표를 몰아주었다. 그러나 민주당 자체 조사에선 민주당이 잘해서 지지한 유권자가 2.4%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야당이 잘했다고 표를 준 게 아니라, 견제 심리가 발동한 것이라는 얘기다. 그래도 정부'여당은 선거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도 그저께 라디오 연설을 통해 청와대와 내각의 시스템을 보다 효율적으로 개편하는 한편, 새로운 진용을 갖출 것임을 약속했다. 국론 분열과 혼란상을 불렀던 세종시 문제도 국회에 맡기고 무리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역 한나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아무나 공천'과 '누구나 당선'만 믿고 함량 미달, 자격 미달 '작대기 후보'를 내세워 선거 패배를 자초한 지역이 적잖음에도 반성과 성찰은커녕 사과 한마디 없다. 고작 한 일이라곤 고교 선후배 사이인 한나라당 소속 지역 원로 국회의원 두 사람이 후반기 국회부의장 자리를 놓고 다투다, 그 자리마저 부산 지역 국회의원에게 어부지리로 넘겨준 것뿐이다.
지난 수십 년간 '오로지 한나라당'이라며 짝사랑을 보낸 데 대한 보답은 무엇인가. 전국에서 1인당 지역총생산(GRDP)이 가장 낮고 일자리가 없어 젊은이들이 고향을 떠나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전무 아니면 전부란 극단적 정치의식이 빚은 결과다. 야당들만 절망하는 게 아니라 정치'사회의식이 높은 지역 유권자들의 걱정과 근심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 한나라당이 지역 발전에 기여해서 지지한 유권자의 비율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 한 번쯤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일방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지역 발전이 정체됐다면 이제 그 짝사랑에 시한을 두고 조건을 달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먼저 찍을 후보가 없어, 지지하는 정당이 없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궁여지책 투표 행태를 버려야 한다. 지역 발전에 관심조차 두지 않다가 선거 때만 되면 달려와 유권자들에게 한 표를 호소하는 한나라당, '작대기 후보'를 내세워 지난 수십 년간 지역 권력을 독점해 온 한나라당의 변화를 지역 유권자들이 유도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모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한나라당을 적자생존의 법칙에서 무기력한 '늙은 초식공룡'에 비유했다. 대구'경북 지역 한나라당엔 '초식공룡'조차 과분한 수사다. 수정 없이 배아가 성장하는 단성생식 또는 처녀생식에 의해 태어난 '무척추동물'이란 게 더 적절할 것 같다. 초식공룡과 무척추동물을 환골탈태시키는 최선의 방법은 천적을 키우는 것임을 유권자들은 알고 있다.
끝으로 50%에도 못 미치는 투표율에 저조한 득표율-그것도 야당이 변변한 후보조차 내지 못한 상태에서-로 당선된 한나라당 '궁여지책 당선자'들에게 당부한다. 리더십의 부재가 지역 발전 정체의 가장 큰 원인임을 명심하고 한눈팔지 말기 바란다. 지방선거 이후 한나라당 내부에서 세대교체론이 부상했다. 자칫 잘못하면 차기 총선이나 대선에선 세대교체가 아니라 세력교체란 말이 나올지도 모른다. 이번 지방선거가 '궁여지책 당선자'를 비롯해 지역 한나라당에 전하는 메시지는 이것이다.
曺永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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