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4강 기적 다시"…희망이 붉게 솟구치다

입력 2010-06-14 10:28:55

한국축구 16강 첫 관문 통과…거리응원 흥분 도가니

2010 남아공 월드컵 한국과 그리스 전이 열린 12일 오후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이 거리응원 나온 인파로 가득 차 월드컵 열기를 실감케 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2010 남아공 월드컵 한국과 그리스 전이 열린 12일 오후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이 거리응원 나온 인파로 가득 차 월드컵 열기를 실감케 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어게인 2002'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마저 꺾고 2010 신화를 만들어보자!"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이 12일 그리스를 완파하고 원정 16강의 첫 관문을 통과하자 대구경북은 물론 전국이 열광과 흥분의 용광로 변했다.

전국 100만명, 대구 10만명 등 붉은 물결은 거리 곳곳을 뒤덮었다. 그리스전 승리의 감격에 들떠 밤새도록 월드컵 축제를 즐겼고 거리축제에 나서지 않은 시민들도 가족끼리, 또 동네 이웃끼리 이야기꽃을 피우며 이날의 승리를 자축했다.

시민들은 "국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준 통쾌한 승전보"라며 "이 여세를 몰아 한국의 힘과 2002년의 신화를 다시 한번 세계에 보여주자"고 태극전사들을 격려하고 있다.

대구시민운동장과 두류공원 코오롱 야외음악당, 대구백화점 앞 광장 등에 모인 시민들은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가 강팀이지만 못 넘을 산이 아니다"며 "출발이 좋은 만큼 계속 앞으로 전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구시민운동장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한 배현종(30)씨는 "첫 골을 넣은 수비수 이정수 뿐 아니라 우리 대표팀의 기둥인 '양박(박지성, 박주영)'과 '쌍용(이청용, 기성용)' 모두 제 몫을 다했다"며 "원정 사상 첫 16강 진출 꿈을 반드시 이뤄줄 것이라고 믿게 됐다"고 박수를 보냈다.

김진호(29)씨는 "이번처럼 한국이 경기를 매끄럽게 한 것은 본 적이 없었다. 친구들과 함께 힘껏 응원을 펼친 덕에 승리한 것 같다. 취업 스트레스가 모두 날아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무엇보다 경기내용에 주목하며 우리 선수들이 이전 세대와는 뭔가 다른 'DNA'가 있는 것 아니냐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청용과 기성용은 덩치 좋은 그리스 미드필드진을 상대로 중원을 장악했고 세계가 주목한 박지성은 쐐기골을 터뜨리며 이름값을 해냈다. 골키퍼 정성룡도 골문을 철벽처럼 잠그며 경기 내내 한국 대표팀은 그리스를 압도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무대였지만 긴장하지 않고 제 기량을 마음껏 발휘한 탓이다.

한국 대표팀의 선전에 세계 외신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마치 탱크처럼 돌진해 그리스 수비진을 무너뜨린 박지성 외에 박주영, 이청용 등 해외파 선수들이 대거 포진한 한국팀은 사상 최강"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사나운 태극 호랑이가 늙은 그리스의 방패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한국이 이번 월드컵에서 아시아팀의 첫 승전보를 전했다"고 적었다.

붉은악마 대구지회 김은희 회장은 조현석(26)씨 일행은 "첫 경기인 데다 그리스가 만만찮은 팀이라 마음을 졸였는데 기대 이상으로 화끈한 승부 끝에 1승을 거둬 기분이 최고다"며 "이 기세를 몰아 8강, 아니 2002년 때처럼 4강 신화를 재현했으면 좋겠다"고 외쳤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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