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진의 관전평] 허정무식 맞춤형 전략전술 빛났다

입력 2010-06-14 09:26:19

16강 진출을 위해 승점 3점이 꼭 필요한 경기에서 맞춤형 전략전술로 승리를 얻었다. 허정무 감독이 골키퍼 정성룡과 오른쪽 수비수 차두리를 선발 출장시킨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모든 것이 완벽에 가까웠던 경기였다. 팀 밸런스, 빠른 공수전환, 우리지역과 상대지역에서의 압박을 통한 경기운영, 골이 필요한 시점에서 득점에 성공한 골 결정력 등 우리가 준비한 모든 것이 실행된 만족스러운 경기였다. 다만 박주영 선수의 득점이 나오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경기 초반 양팀 모두 조심스러운 출발을 했다. 우리 팀이 전반 초반 세트피스 상황에서 이정수의 득점으로 경기의 주도권을 잡자 상대는 당황하면서 급속히 무너졌다. 상대의 조급함을 이용, 우리 지역으로 내려와서 수비의 압박으로 볼을 빼앗아 빠른 역습으로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 몇 차례의 장면을 연출하면서 우리는 의도한 대로 전반을 이끌었다. 후반에도 선취점을 지키기 위해 소극적이기보다는 적극적으로, 그리고 순간적으로 상대지역에서부터 압박한 것이 이날 경기의 승인이었다. 이 시점에서 박지성의 골이 성공하면서 첫 경기의 승리를 확신할 수 있었다.

또한 이날 경기에서 공격수들이 포지션에 국한되지 않고 유기적인 움직임과 발이 느린 상대 수비 라인의 배후 공간을 지속적으로 공략한 것은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팀 밸런스를 유지한 것, 개인을 평가하기보다는 팀을 발견할 수 있었던 점이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큰 부담과 긴장 속에서 팀으로서 끝까지 플레이한 점을 칭찬하고 싶고, 16강 진출을 위해 가장 중요한 관문인 1차전의 승리를 축하한다.

하지만 16강 진출을 위해 1차전 승리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이 더더욱 중요하다. 지금의 좋은 분위기를 잘 유지하고, 1차전 이상의 긴장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아르헨티나는 그리스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팀이고, 우승후보이기 때문에 먼저 수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고민해야 할 부분은 어느 지역에서 수비를 시작할 것인가이다. 아르헨티나는 그리스와 다르게 드리블이 좋고, 우리 지역에서 파울을 허용할 확률도 높고, 이를 골로 연결시킬 수 있는 위협적인 골 결정력을 가진 팀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팀의 수비 라인을 우리 지역보다는 미드필드 지역으로 끌어올려 이곳에서부터 상대를 압박하고 공을 빼앗아 빠른 시간에 상대 골문까지 가게 하는 방식으로 경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아르헨티나는 다혈질 스타일의 선수들이 많으므로 이러한 성향까지 잘 활용하고, 우리 공격수의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역습하다 보면 기대 이상의 승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대구FC 감독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