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통신] 대∼한민국 함성소리에 부부젤라도 화답

입력 2010-06-14 09:33:53

한국 원정 응원단이 12일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그리스와의 경기 시작 전 큰 원을 만들어 노래 부르고
한국 원정 응원단이 12일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그리스와의 경기 시작 전 큰 원을 만들어 노래 부르고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응원하고 있다. 이호준기자

12일 오후 6시(현지시각 오전 11시)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을 노리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남아공 월드컵 첫 경기 그리스와의 경기 시작이 2시간 30분이나 남았지만 경기장 주변은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한국 원정 응원단 100여명이 붉은 응원복을 입고 태극기를 휘날리며 경기장 앞 인도를 따라 길게 줄을 지어 들어왔다. 경기장 내에서도 수십명의 응원단이 큰 원을 만들어 '아리랑 목동'을 합창하며 빙빙 돌고 춤을 춰 눈길을 사로잡았다. 외국인들은 이들의 응원 모습이 재밌는지 사진을 찍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현지인들은 남아공 국기와 태극기를 함께 들고 춤추며 한국을 응원하기도 했다.

경기 시작 한 시간을 앞두고 경기장은 관중들로 북새통을 이뤘고, 남아공 전통 악기인 부부젤라와 함성 소리에 점령당했다. 4만6천820명 수용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엔 이날 3만1천500여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붉은악마 등 한국 원정 응원단과 현지 교민 등 1천500여명은 경기장 본부석과 건너편 응원석에 나눠 자리를 잡고는 경기장이 떠나갈 정도로 '대~한민국'을 외치고 북 치고 함성을 지르며 열광적인 응원전을 펼쳤다.

이번에도 역시 감동의 대형 태극기가 등장했다. 애국가가 연주되자 경기장 좌석 5천석을 족히 뒤덮을 대형 태극기 2개가 본부석과 건너편 관중석에 펼쳐졌다. 한국 응원단의 응원은 현지인들의 동참도 이끌어냈다. 한국 응원단의 '대~한민국' 연호와 사물놀이에 맞춰 현지인들은 남아공 전통악기 부부젤라로 화음을 따라하는 '응원의 하모니'를 만들었다. 폭포수 같은 '대~한민국' 함성, 태극기의 물결로 가슴이 뭉클해지고 애국심이 절로 샘솟았다.

대형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머리에도 태극기를 꽂은 신은아(41·여) 씨는 "하나은행 직원 110명이 단체로 응원 왔다"며 "남아공이 생각보다 너무 넓고 예쁘고 경기장 열기도 뜨거워 정말 좋다"고 말했다.

교민 유호근(53) 씨는 "단체로 응원 왔다"며 "최소 경비로 200란드(남아공 화폐 단위·3만원)씩 내 버스와 간식까지 해결했다"고 말했다. 미국 텍사스대에 다니는 유창대(22)씨는 월드컵을 보러 남아공까지 날아왔다. "군대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어서 왔다"며 "월드컵을 직접 볼 기회가 자주 있는 것도 아닌데 기회 될 때 보고 싶어 왔고, 완벽하게 이겨 기분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한국 응원단의 열정적인 응원에 화답하듯 한국 대표팀은 역대 월드컵 경기 중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2대0으로 완벽하게 그리스를 꺾고 원정 사상 첫 16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전반 7분 만에 이정수가 기성용의 프리킥을 오른발로 제기 차듯 가볍게 툭 차 넣어 기선을 제압하자 경기장은 '대~한민국' 함성으로 뒤덮였다.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에서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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