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漢) 문제'경제 때 명장 주아부(周亞夫)는 병법에 통달했고 군 통솔 능력이 뛰어났다. 탁월한 전략가였고 투철한 군인 정신, 나라에 대한 충정이 남다른 장수였다. 흉노의 공격과 오'초 7국의 난을 평정하고 나라를 구한 공로로 최고 관직인 승상 벼슬에까지 올랐다. 그런 그에게도 단점이 있었다. 황제 앞에서도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는 외골수였다.
그는 비틀고 감아치며 타협하고 보신하는 재주가 없었다. 적당히 잔꾀도 피우고 황제의 비위도 맞추는 그런 융통성이 빵점이었다. 뼛속까지 무골이었던 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처신이었다. 군주의 의중과 체면은 아랑곳하지 않고 황제 앞에서도 곧이곧대로 제 주장을 폈다. 주아부의 머릿속에는 오직 나라의 안위밖에 없었다. 경제와 심한 갈등을 빚고 관직에서 물러난 늙은 주아부를 맞은 것은 역모의 모함이었다.
그를 시기한 제후들과 외척 세력들이 주아부가 미리 자신의 장례를 위해 사들인 장례 집기를 모반을 위한 것이라며 옭아맸다. 그러나 아무런 혐의도 없자 "그대가 살아서 모반을 계획하지 않았다면 죽어서 모반하려 했던 것"이라며 몰아세웠다. 이에 주아부는 곡기를 끊고 굶어 죽고 말았다. 나라를 위해 지략을 발휘하는 데 뛰어났지만 자신을 위해 지모를 쓸 줄은 몰랐던 거다.
천안함 폭침 사건 직후 우리 군 수뇌부가 보인 처신은 정반대다.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을 감추고 허위 보고하는 데 바빴다. 지휘 체계도 엉망이었다. 감사원의 직무감사에서 드러난 우리 군의 총체적 부실상이다. 함대사령부와 합참은 늑장 보고도 모자라 '북한 반잠수정 같다'는 초계함의 보고를 새떼로 보고하도록 지시하고 사건 발생 시간까지 조작했다. 장수가 비상상황에서 문책이 두려워 사실을 조작하고 빼먹고 늑장 부린 것이다. 이쯤 되면 군대라고 하기에 거북할 정도다.
국가 비상사태를 당해 군 지휘부가 정확한 상황 파악과 사태 수습은 않고 거짓말하고 보신에만 잔꾀를 부렸다면 참다운 군인이라고 할 수 없다. 싸움에 진 군대는 이해하지만 국민을 속인 군대는 절대 용서받지 못하는 법이다. 우리 군 수뇌부가 졸장부의 보신의 덫에 걸려 나라도 자신도 구하지 못한 꼴이다. 차라리 나라의 안위만 생각하다 비참한 말로를 걸은 주아부가 훨씬 낫다.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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