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소통(疏通)이 희망이다

입력 2010-06-11 10:21:03

복잡 미묘한 민심을 드러낸 6'2지방선거가 끝났다. 이번 선거의 최대 화두는 '소통'이었던 것 같다. 모든 후보들이 지역 주민과 소통에 자기가 최적임자라고 주장했지만 승부가 끝난 지금, 결과를 보면 그동안 우리 사회 어느 곳에서도 시원스레 소통된 곳이 별로 없다는 생각을 해 본다.

4대강 개발, 행정도시 이전 등 국민과의 소통 부족으로 도리어 오해와 불신을 더 크게 키우는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 또한 천안함 사태도 국가 간 외교적 소통이 부족해 효과적인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멀리 볼 것도 없이 핵가족화도 소통 단절의 대표적 예이다. 비록 가정사이긴 하지만 청소년 문제, 경로 문제 등 사회문제의 시발점이 되고 있다. 더불어 우리 사회의 소통과 막힘, 어디서 그 순환이 막힌 것인지도 잘 살펴볼 일이다. 요즘 세상에는 말 잘하는 이도 많고 글 잘 쓰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말솜씨보다는 다른 사람의 진심을 알아듣는 능력이 소통에는 더 중요하다. 잘 알아듣고 이해하려면 내 고집부터 꺾어야 하고 참아야 하는데 우리의 현실은 서로 헐뜯고 자기만 옳다고 우기는 경우가 많다. 그 골이 깊어지면 가까운 사이도 원수가 되고 친인척도 남만도 못해진다.

지자체 간 님비((Not In My BackYard) 현상도 대표적 소통 부재의 예이다. 우리는 말이 통하지 않는 나무나 꽃을 좋아하면서도 말이 서로 통하는 사람 사는 세상에는 양보가 없고 범죄와 전쟁, 공해가 가득하다. 모두가 소통 부재에서 오는 자업자득이다.

진심을 담고 대화하고, 반대 의견도 존중하고, 유쾌하지 않은 대화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어떨 때는 화려한 말보다 묵언의 마음으로 소통할 때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또한 소통은 여러 가지로 의미를 확장해 볼 수 있다. 인체에 혈이 잘 돌아야 하듯이 국토 간에도 소통이 잘 돼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도로이다. 요즘 안동, 영주, 문경 등 경북 북부지역은 서울, 수도권과 2시간 거리대로 좁혀져 많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경상북도에서 도내 순환관광열차를 기획, 운행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아마 이런 시도를 찾아볼 수 없어 높이 평가할 만하다. 동대구에서 출발하여 왜관, 구미, 김천, 상주, 점촌, 영주, 안동, 영천 등 도내를 촘촘하게 연결하여 지역 간 정서적, 공간적 거리감을 좁혀주고 있다.

특히 옥산, 용궁, 예천, 의성, 탑리, 화본, 하양 등 평소에는 둘러보기 쉽지 않은 곳을 가볼 수 있어 더욱 좋다.

우리 인생이 하나의 여행이듯이 기차 여행은 마치 우리 삶의 여정 같은 느낌을 주어 버스로 다니는 맛과는 또 다른 소통의 장이 된다. 거기에다 좋은 사람과 함께 동행한다면 금상첨화이다. 우리 인생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얼마나 소통하느냐에 따라 행복 만족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1회만 운행되어 아쉬운 점이 있지만 앞으로 증편이 된다면 지역 민간 소통은 물론 관광 측면에도 크게 기여를 할 것 같다.

그리고 올 11월이면 상대적으로 교통의 오지(?)가 되어버린 경주까지 KTX가 개통된다. 바야흐로 전국이 반나절 소통권이 되어 경주도 새로운 활력을 찾을 것이다. 다 소통의 덕분이다.

그러나 세상이 빠르게 소통돼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사라져 가고 있는 우리의 전통을 잇는 것도 과거에서 미래를 연결하는 또 하나의 소통이란 점이다. 그런 측면에서 신라, 가야, 유교 전통 문화를 많이 간직하고 있는 경북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서를 가장 잘 소통시킬 수 있는 곳이다.

경주에서는 매년 4월 넷째 주에 충담재(忠談齋)라는 행사가 열린다. 자기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게 소통의 기본이라고 볼 때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백성은 백성답게를 노래하신 충담 스님의 충고가 1천 년의 세월을 넘어 작금의 우리 현실에 너무나 적절히 다가온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서 새로 선출된 목민관들은 '∼ 답게' 정신을 되새겨 지역민의 의중을 잘 헤아리고 부디 지역 간, 세대 간, 계층 간 원활한 소통의 시대를 펼쳐 지역민이 고마운 마음으로 먼저 손을 잡아줄 수 있는 그런 목민관을 기대해 본다.

진병길 (사)신라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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