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진의 '과학으로 진화하는 축구'] ④슈팅의 마술

입력 2010-06-11 09:27:32

바나나·드롭킥 등 다양한 궤적 가능

축구경기에서 관중들을 흥분하게 만드는 것은 골이다. 골 중에서도 페널티에어리어 외곽에서의 프리킥이 강한 속도와 더불어 마술처럼 휘면서 수비수들의 스크럼을 피해 들어가는 경우 더욱 열광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황보관을 시작으로 멋진 프리킥을 통해 1골씩을 기록해 왔다. 발로 차는 슈팅에서도 야구공처럼 커브를 그리는데, 볼의 크기가 더욱 크기 때문에 휘는 정도도 더욱 크게 나타난다. 축구공이 휘면서 날아가는 것은 일명 바나나킥으로 불린다. 이는 대퇴의 대근육과 발목을 중심으로 한 근육들이 발휘하는 엄청난 힘에 의해 공이 높은 회전력을 가지도록 함으로써 가능해진다. 즉, 공이 회전하면서 진행할 경우 그 진행방향과 바람의 흐름이 일치하면 날아가는 볼의 속도가 더욱 증가해 공기의 압력이 감소하게 되는 방향으로 볼이 진행하게 되는 '마그누스 효과'가 축구공에도 적용된다. 마그누스 효과는 1852년 독일 물리학자 구스타프 마그누스가 포탄의 탄도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견했다. 프리킥 키커가 오른발로 공의 아래 측면을 축구화 안쪽 면으로 감아 차면 축구공은 대개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한다. 이때 공의 오른쪽은 공기의 흐름과 부딪치면서 압력이 높아지고, 그 반대쪽인 왼쪽은 회전 방향과 공기의 흐름이 일치해 압력이 낮아짐으로써 축구공은 압력이 낮은 왼쪽으로 휘어지면서 날아간다. 축구공은 높은 초속도를 바탕으로 9, 10m를 지나면서 볼의 방향이 변화하기 때문에 바나나킥을 완벽하게 구사하기 위해서는 다리의 근육이 강한 근력과 파워를 바탕으로 초속도를 높여야 하며, 발목을 중심으로 한 유연성이 뒷받침되면서 볼의 회전력을 엄청나게 증가시켜야 한다. 축구경기에서 프리킥이나 코너킥 시 수비수가 9.15m의 거리를 유지토록 하는 것은 그 이내에서는 볼의 회전속도보다 진행속도가 높아서 위험하기 때문에 선수보호를 목적으로 한 고려사항 중의 하나이다. 가장 멋있는 바나나킥으로는 1997년 프랑스에서 열린 프랑스-브라질전에서 브라질의 카를로스가 37m 거리에서 성공시킨 프리킥을 들 수 있다.

바나나킥은 프리킥뿐만 아니라 슈팅을 하도록 도와주는 크로스를 하는 경우에도 많이 이용된다. 크로스는 발의 등과 안쪽 면을 이용해서 볼을 감싸듯이 차게 되는데, 이때 볼의 방향이 휘게 되면서 골키퍼가 볼의 착지지점을 판단하는데 더욱 어렵게 만든다. 바나나킥처럼 볼의 한쪽 모서리를 차는 것도 있지만, 볼의 정중앙을 차는 드롭킥도 있다. 드롭킥은 야구 투수가 던지는 너클볼처럼 회전이 없도록 하여 골대를 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골대 앞에서 갑자기 떨어지면서 골문 안으로 향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킥에 의한 슈팅은 골키퍼에게 가까워지면서 공의 방향을 예측할 수 없도록 만들기 때문에 막기가 더욱 어렵다. 야구투수들이 손으로 만드는 마구만큼 정교하지는 않지만, 마술적인 슈팅은 발을 손처럼 쓰는 축구스타들이 만들어내는 유체역학에 의한 스포츠과학의 산물이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의 박주영이나 염기훈, 기성용이 차는 프리킥이 골로 연결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기진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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