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달라야 한다" 독자브랜드로 정면 승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잘 나가던' 우리나라 안경산업이 최근 저가품은 중국산에, 고가품 시장은 해외 유명브랜드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 같은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 끊임 없는 연구개발로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는 대구의 안경관련 기업을 찾았다.
대구시 북구 노원동 ㈜월드트렌드(대표 배유환)는 설립 4년도 안 돼 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안경테 및 안경 제조 생산 유통업체이다.
이 회사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두 가지다. 세계 유명브랜드에게 로열티를 지급하고 론칭하거나 이들의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생산을 하지 않고 자사 브랜드인 '프랭크 커스텀'(Frank Custom) 등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전직원의 5분의 1 정도인 10명의 디자이너들을 중심으로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자사 브랜드로 승부를 겨룬다
배유환(45) 사장이 이 회사를 설립한 것은 "품질에 걸맞은 제값을 받는 안경을 생산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우리나라 많은 안경업체들은 외국 유명 브랜드의 OEM 생산을 해왔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돈의 로열티를 따로 지급해야 했고, 세계의 소비자들은 우수한 품질의 한국 안경이 있는지조차 잘 모릅니다. 이렇다 보니 해외 유통업자들로부터 우리나라 안경이 제값을 받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죠."
하지만 창업 초기 이 회사만의 확실한 색깔의 브랜드를 출시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다양한 디자인을 개발했으나 렌즈가 파손되는 등 제품에 하자가 있었다. 테스트를 거듭하다 실패의 원인을 찾았고, 이를 해결해 10개월 뒤 완제품 생산에 들어갔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자사 브랜드인 '프랭크 커스텀'이고, 이후 어린이용 '프랭크 키즈'와 천연보석을 안경테에 부착한 '프랭크 젬' 등을 론칭했다.
월드트렌드는 착용감이 뛰어난 안경테를 생산하기 위해 설비는 물론 디자이너 등 인력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안경의 새로운 경향을 제품에 적용하기 위해 밀라노, 미도 등 세계 유명 안경전시회에도 계속 참여했다. 월드트렌드는 안경테의 주재료로 피부 알레르기가 발생하지 않는 독일 와그너사에서 제조한 것을 사용한다. 지난해 매출액은 40억원, 올해 목표는 60억원이다. 현재 수출비중은 10% 정도인데 앞으로 늘려갈 예정이다.
◆국내 최고 수준의 디자인실
월드트렌드는 개성이 뚜렷하고 고급스러운 '프랭크 커스텀'이라는 국산 브랜드로 국내 안경업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 회사가 만든 제품은 국내 다른 업체들이 만든 제품보다 높은 가격을 받는 등 자신만의 확실한 색깔을 드러냈다.
이 같은 배경에는 디자인연구소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디자인연구소에는 10명의 디자이너가 있다. 국내 안경업계에서 디자이너가 차지하는 비율이 이처럼 높은 곳은 아마 유일하다는 것이 회사측의 자랑이다. 인적 구성도 안경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산업 디자이너, 인테리어 디자이너 등 다양하다.
이경안(47·여) 수석 디자이너 겸 디자인 이사는 "'디자인 경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디자인은 회사나 제품의 차별화를 나타내는 것으로, 경쟁력인 동시에 생명력"이라면서 "배 사장의 디자인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적극적인 지원 아래 매주 수요일 모든 디자이너들이 회의를 통해 안경의 외형적 디자인뿐만 아니라 신 소재와 조화로 제품의 질 향상과 신제품 개발 등 회사 경쟁력을 키우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회사 디자인연구소는 지난달 열린 대구국제안경전에서 순수 우리 기술로 국내 최초로 안경테에 천연보석을 부착한 선글라스 '프랭크 젬'(Frank Gem)을 선보였다. 소비자 가격은 38만5천원으로 현재 가넷, 토파즈, 황수정, 자수정 등 4가지 천연보석을 부착한 제품이 생산된다. 이들 제품은 귀금속과 같이 손 세공방식으로 92.5% 실버 또는 골드 도금으로 제작돼 보석 천연의 빛과 아름다움을 살렸다.
월드트렌드는 안경업계에서는 처음으로 경테 R&D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무선인식기술인 전자태그(RFID)를 이용한 안경테를 개발했다. 2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이 전자태그를 안경테에 부착하면 안경테의 원산지, 제조 이력, 생산 유통 공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소비자들이 믿고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이 전자태그 시스템은 현재 개발을 마치고 마지막 테스트 중인데, 올해 9월쯤 이 회사의 프랭크 브랜드에 전부 부착해 생산할 예정이다.
배 사장은 "'프랭크 커스텀' 등 프랭크 브랜드를 내수 시장 확대뿐만 아니라 현재 아시아에 머물고 있는 수출 시장을 유럽과 미주 시장 등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