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연의 그리스 리포트] 다시 한번 "고 헬라스!"

입력 2010-06-09 10:59:54

지난해 12월 잉글랜드 아스날 대 그리스 올림피아코스의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경기가 있던 날, 아테네를 근거지로 하는 올림피아코스의 주 경기장은 올림피아코스 팬들의 붉은 물결로 가득했다. 올림피아코스가 1대0으로 이기자 축제 분위기는 2004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4) 우승 때 못지않게 높아졌다. 올림피아코스 팬들은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승리를 축하했다. 심지어 아스날 팬들은 안전 때문에 경기 종료 2시간 후에야 경기장을 빠져 나갈 수 있었다.

이처럼 그리스 국민들의 축구사랑은 유럽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그러나 수준 높은 국내 리그를 갖고 있는 그리스도 유독 월드컵과는 인연이 없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첫 출전에서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불가리아와 한 조를 이뤄 당시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한 채 예선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후 두 번째로 출전하는 이번 월드컵에는 공교롭게도 우리나라를 제외한 두 나라와 다시 16강 진출을 놓고 결전을 벌이게 되었다. 16년 만에 벌어지는 리턴매치에 그리스 대표팀에 거는 현지 국민들의 기대는 한껏 높아져있다. 또한 아직 월드컵 본선에서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하고 있는 그리스 대표팀의 본선 첫 골을 기대하는 국민들의 간절한 바람과 경기침체에 빠진 경제상황 속에서 월드컵 16강 진출을 통해 국가적 분위기를 쇄신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열망이 뜨겁다.

남아공 더반에 캠프를 차린 그리스 대표팀은 12일 한국과의 결전을 준비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리스 대표팀은 사흘 앞으로 다가온 우리나라와의 첫 경기에 대한 커다란 부담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부터 그리스 팀을 이끌어온 오토 레하겔 대표팀 감독은 그리스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인터뷰를 통해 한국과의 첫 경기를 가장 중요한 경기로 생각하고 있으며 이 경기의 승패가 16강 진출을 가늠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의 전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팀 전력의 100% 이상을 첫 경기에 쏟아 부어 꼭 승리를 거두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유력 스포츠 일간지 Sportday는 프리미어리거들이 포진한 한국 대표팀의 강한 공격력을 높이 평가하며 그리스 대표팀의 전통적인 수비축구가 첫 경기에 이러한 한국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방어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박주영 선수의 소식을 비중 있게 전하면서 그의 활약에 따라 그리스의 첫 승 가능성도 변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대표팀은 8일 그리스 정교회 신부를 참석시킨 미사를 거행하면서 필승의 결의를 다졌다. 그리스 간판 수비수 반겔리스 모라스가 부상을 당해 우리나라와의 첫 경기는 물론 현재 나이지리아와의 두 번째 경기도 출전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이지만 득점 기계로 불리는 테오파니스 게카스가 복귀하면서 16강 진출에 희망을 더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에게 2002년 월드컵이 남긴 강한 인상만큼이나 유로 2004에서 우승한 그리스 국가대표팀이 그리스 국민들에게 주는 자긍심 또한 대단하다. 두 이변의 주인공이 맞붙는 12일, 어느 팀이 다시 한 번 '대~한민국' 혹은 'Go Hellas'를 외치게 될지 두 나라 전 국민의 이목이 남아프리카 공화국 넬슨만델라베이로 모아지고 있다.

※필자 정수연(23)씨는 대구외국어고 출신으로 스포츠외교연구관을 목표로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유학 중이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초청 올림픽마스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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