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과 함께 뛰는 듯 생생… 3D TV로 월드컵 감동 두배

입력 2010-06-09 07:46:58

삼성·LG 등 가전업계 월드컵 마케팅 분주

영화
영화 '아바타' 이후 3D산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더우기 2010남아공 월드컵 개막이 다가오면서 국내외 가전업계는 다양한 3D TV를 내놓으며 월드컵 마케팅에 열중하고 있다.

영화 '아바타'가 세상을 바꿔놓았다. 3D를 21세기 블루칩으로 만든 것이다. 산업계가 앞다퉈 3D로 눈을 돌렸고, 정부도 3D산업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방송계가 가장 뜨겁다. 2010 남아공월드컵 개막이 다가오면서 전 세계 TV업계는 다양한 3D TV를 내놓으면서 3D 특수를 만끽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의 한 가전매장 담당자는 "요즘 판매되는 TV 10대 중 6대가 3D TV"라고 했다.

◆제3의 TV 혁명

3D TV가 2010년 TV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11일 개막하는 2010 남아공월드컵이 불씨를 지피고 있다. 이번 월드컵은 처음으로 전 세계에 3D 스포츠 중계가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 우리나라의 조별예선 경기도 2경기(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전)가 포함됐다.

방송 기술 발전은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와 함께 발전해왔다. 전 세계 컬러 TV 시장 활성화 및 보급에는 1965년 도쿄올림픽이, 디지털 TV 전환에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이 큰 역할을 했다. 국내 역시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컬러 TV가 대중화됐으며 2002년 월드컵이 HD TV 시장을 견인했다. 세계 최대 TV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도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도화선이 됐다. 결국 전체 64경기 중 25경기를 3D 생중계로 예정된 이번 남아공월드컵이 3D TV의 시대를 더욱 활짝 열어놓을지 기대되는 이유다.

◆업계, 3D TV 전쟁

남아공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삼성과 LG 등 TV업계에서는 3D TV 전쟁 중이다. 총 25게임을 3D로 중계할 예정인 이번 월드컵 경기를 좀더 실감나게 보려는 시청자들의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시판되는 3D TV는 종류만 20여개에 달하며, 가격도 200만원대부터 990만원까지 다양하다.

실제 백화점 가전매장에는 3D TV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부쩍 늘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경우 4월에 비해 지난달 3D TV 판매량이 50% 이상 늘었다. 이 백화점 가전매장 담당자는 "요즘 TV를 사는 소비자 10명 중 6명은 3D TV를 선택하고 있는 등 월드컵 개막일이 다가오면서 인기가 부쩍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백화점 경우도 3D TV 판매량이 4월에 비해 5월이 35~40%가량 증가했다. 판매되는 TV 10대 중 대여섯대 꼴로 3D TV가 가정으로 배달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시장도 후끈 달아올랐다. 옥션에 따르면 5월 3D TV 판매량이 4월 대비 2배가량 높았으며, 따로 3D TV 전문 코너를 만들었을 정도다. G마켓도 지난달 3D TV 판매량이 4월보다 8%가량 증가했다.

이 같은 여세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올 2월 말 3D TV를 처음으로 시판한 이후 현재까지 국내에서만 2만대, 글로벌 시장에서는 27만대를 팔았다. 연말까지 200만대 이상의 판매를 전망하고 있다. 같은 기간 LG전자도 국내에서 6천대를 판매했고, 조만간 해외 시장에도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3D TV가 걸어온 길

3D는 3차원(Three Dimensions)의 약자다. 사람이 입체감을 느끼는 것은 두 눈으로 대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눈 사이에 손가락을 대놓고 보면, 왼쪽 눈에는 손가락이 오른쪽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오른쪽 눈에는 왼쪽에 있는 것으로 입력된다. 이 같은 원리에 따라 3D 영상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두 눈에 해당하는 두 대의 카메라로 영상을 찍는다.

3D TV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1953년 미국에서 시험적인 방송이 실시된 이후 개발돼왔다. 세계 최초의 3D 방송은 1980년 LA 셀렉트TV를 통해 이미 이뤄졌다. 왼쪽 눈의 이미지는 적색으로, 오른쪽 눈의 이미지는 청색으로 나타내는 '적청 방식'이어서 화질은 조악했다.

1990년대 들어 디지털 TV 보급이 확산하면서 3D TV 중계기술이 급성장했다. 하지만 상용화까지는 많은 걸림돌이 있었다. 디스플레이 한계, 눈의 피로, 안경을 써야하는 불편함, 비싼 가격 등이다. 특히 결정적 장애요인은 콘텐츠 부족. 최근 3D가 뜬 것도 영화 아바타와 같은 화려한 영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영화를 보면서 사람들은 "3D가 이제 현실로 다가왔구나"는 식으로 생각하게 됐고, 산업계도 자연스럽게 "돈이 되겠다"며 인식을 바꾼 것이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는 "현재 정부에서 3D TV 표준화위원회를 신설, 표현방식·부호화·송수신 시스템 및 디스플레이와 응용포맷·평가 및 측정·시험방법 등에 관한 표준화 작업을 수행할 예정"이라며, "또 3차원(3D) 영상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본격 추진하고 있어 조만간 3D TV 시대를 활짝 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3D 안경, 꼭 있어야 하나?

현재까지 출시된 3D TV를 시청하기 위해서는 3D 안경 착용은 번거롭지만 필수다. 사람은 평균적으로 6.4㎝ 간격을 두고 양쪽 눈이 서로 다른 이미지를 보게 되며, 뇌는 이 두 이미지를 조합해 거리와 입체감을 인식한다. 3D 영상은 이런 원리에 따라 같은 장면을 실제 사람의 양쪽 눈의 각도와 간격처럼 왼쪽과 오른쪽에서 각각 촬영, 이를 양 눈에 각각 다르게 전달하는 식으로 구현된다. 따라서 왼쪽과 오른쪽 렌즈가 각각에 맞는 이미지만 받아들여 양 눈이 각각 다른 이미지를 볼 수 있게 해주는 3D 전용 안경이 필요한 것이다.

3D 안경은 '셔터 안경'과 '편광 안경'으로 나뉜다. 편광 안경은 액정이 들어가 있지 않지만, 셔터 안경은 셔터가 열리고 닫히면서 오른쪽·왼쪽으로 화면을 순차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액정과 배터리가 들어간다. 삼성과 LG가 가정용 제품으로 출시한 3D TV에는 셔터 안경이 적용됐다.

하지만 TV를 보는데 안경까지 착용해야 하는 등 불편하다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무안경 3D TV 개발이 한창이다. 최근 열린 '월드 IT쇼'에서 삼성전자는 안경을 끼지 않고도 입체 영상을 볼 수 있는 '무안경식 3D LFD'를 처음으로 공개해 이목을 끌었다. 이 제품은 8월쯤 판매될 예정이다.

정부도 안경 없이 보는 3D TV 시대를 앞당기는데 나섰다. 지식경제부는 '3D 산업 발전전략'에 따라 총사업비 113억원을 투입, 'HD급 3D 뎁스 카메라' 등 2개 과제에 대한 연구개발(R&D)을 시작한다고 2일 밝혔다.

HD급 3D 뎁스 카메라는 안경 없이도 3D 영상을 볼 수 있는 화면을 촬영하는 장비다. 센서를 통해 측정한 깊이 정보를 합성해 3D 영상을 생성하는 기능이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이 카메라는 영상과 깊이 정보를 함께 획득해 다양한 시점의 영상을 담아낼 수 있다"며 "무안경 3D TV 시대에 필수적인 이 장비를 2013년까지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눈이 피로하다?

3D TV가 상용화되지 못하는 요인 중에 하나가 눈의 피로감이다. 3D 입체영화와 달리 3D TV 경우 근거리에서 봐야하기 때문에 눈의 피로가 크다는 것이다.

최근 주요 외신에 따르면 해외 전문가들 사이에 3D TV의 시각 유해성 논란이 불붙고 있다. 마틴 뱅크스 미국 버클리대 교수는 할리우드 영화업계의 기술그룹과 가진 간담회에서 "3D TV는 여러 가지 서로 다른 시각 인지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전문가인 사이먼 와트 웨일스 뱅고어대 교수도 "3D 디스플레이가 확산하면서 특히 청소년이나 어린이들이 일상적으로 노출되면 심각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이 경고하는 눈 피로감의 원인은 시각 기능 중 '폭주(convergence)-조절(accommodation)' 기능 간 충돌(conflict) 현상이다. 폭주란 눈의 시축이 가까운 점을 향해 몰리는 기능이며, 조절은 서로 다른 거리의 물체를 볼 때 그 상이 눈의 망막에 선명하게 맺히도록 하는 작용. 일상 생활에서는 눈이 자연스럽게 입체 영상을 받아들이지만 근거리의 평판 디스플레이에 구현되는 3D 콘텐츠는 부자연스러운 시각 작용 탓에 눈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뱅크스 교수는 "영화와 달리 3D TV나 비디오게임처럼 화면과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두통과 피로감 등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출시되고 있는 3D TV 사용설명서에는 임산부·노약자를 비롯해 심장이 약하거나 멀미가 심한 사람, 간질 증상이 있는 사람,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잠이 부족한 사람 등은 시청 금지 또는 자제 대상으로 명시돼 있다. '술을 마신 후에도 자제하라'는 설명도 있다. 정상 시력 발달에 장애가 될 수 있다며 '5세 이하 어린이들의 입체 영상 시청을 금지해달라'는 주의사항도 달려있다. 이에 따라 TV 제조업체와 콘텐츠 업계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기술 해법에 나서고 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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