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 기증도 선거법 눈치봐야 합니까"

입력 2010-06-08 10:02:51

7일 오후
7일 오후 '아름다운 가게' 대구 남산점에서 손님들이 6·2지방선거 출마자들이 기증한 당선자 축하 화분을 살펴보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화분 기증도 선거법 눈치를 봐야 합니까."

6·2지방선거 당선자들이 당선 축하 화분 처리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당선자들은 답지한 화분을 기증하고 싶지만 공직선거법에 저촉될 우려가 있기 때문.

자선단체 '아름다운 가게'는 4일부터 6·2지방선거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축하선물로 받은 화분을 기증받고, 기증받은 화분을 전국 매장에서 동시 판매해 소외이웃을 돕는 캠페인을 진행한다'는 안내문을 보냈다.

기증받은 화분은 기증자가 명시되도록 하루간 홍보 기간을 거친 뒤 일괄 판매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은 '이름을 내걸고 단체를 상대로 기부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 아름다운 가게의 캠페인이 암초에 부딪쳤다.

기초자치단체장에 당선된 A씨는 축하화분 50여개가 들어왔지만 기증을 포기했다. 기초의원에 당선된 B씨 경우 익명의 기증을 선택했다. B씨는 "선행할 것을 굳이 생색낼 것도 없는데 괜히 이름을 밝혔다가 잘못되면 어쩌나 싶어 익명으로 했다"고 귀띔했다.

사정이 이렇자 '아름다운 가게'도 기증자의 편의를 위해 기증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아름다운 가게 대구경북본부 관계자는 "기증자 상당수가 익명을 요청해 지방선거 당선자 기증 화분인 것만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구에서는 중구 남산점과 달서구 월성점에 각 71개, 49개가 접수돼 시민들을 상대로 1만원에서 4만원대에 판매 중이다. 남산점 관계자는 "화분을 사려는 손님들이 기부자를 알고 싶어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자선사업 단체에 기부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기부자의 이름이 물품과 함께 특정 단체에 들어가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구시선관위 관계자는 "선행을 하고도 관련법에 저촉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화분 기증을 꺼리는 것 같다"며 "자선사업 단체에 기부하는 행위 자체는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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