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통신] "잉글랜드 먼저 경호, 한국 책임 못져"

입력 2010-06-08 10:59:32

조직위 일방 통보에 대표팀 황당…팬 공개훈련 행사직전 취소 소동

7일 한국 축구대표팀 공개 훈련이 취소된 줄 모르고 루스텐버그 올림피아 파크 스타디움을 찾은 교민들이 경찰 통제로 경기장에 입장하지 못하고 승강이를 벌이고 있다. 이호준기자
7일 한국 축구대표팀 공개 훈련이 취소된 줄 모르고 루스텐버그 올림피아 파크 스타디움을 찾은 교민들이 경찰 통제로 경기장에 입장하지 못하고 승강이를 벌이고 있다. 이호준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이 잉글랜드 대표팀 '끗발'에 밀렸다.

한국 대표팀은 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루스텐버그의 올림피아 파크 스타디움에서 교민과 현지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팬 공개 훈련'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남아공 월드컵 조직위원회가 "잉글랜드 대표팀의 연습 경기가 비슷한 시각에 루스텐버그의 로열바포켕 스타디움에서 열리기 때문에 경찰력을 그쪽(잉글랜드 대표팀)으로 배치해야 해 한국 대표팀 공개 훈련에는 충분한 경비 인력 지원이 어려워 안전을 책임질 수 없다"며 갑작스레 대표팀의 팬 공개 훈련 연기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에 한국 대표팀은 일단 공개 훈련을 취소하고 상황을 지켜본 뒤 행사 재추진 여부 및 일정을 결정하기로 했다. 팬 공개 훈련 취재를 위해 경기장을 찾은 한국 취재진 70여명도 경기장에 와서야 행사 취소 사실을 알았고, 이날 경기장을 찾아 훈련을 지켜본 현지 교민도 9명에 불과했다. 또 취소 사실을 모르고 왔다가 경기장 입장을 통제하는 경찰과 승강이를 벌이다 결국 발걸음을 돌린 교민들도 있었다.

경산 하양에 살다가 남아공으로 건너온 교민 현재우(35)씨는 "한국 대표팀 팬 미팅 행사가 있다고 해서 요하네스버그에서 일부러 왔는데 취소돼 아쉽다"며 "전화로 연락해 확인해보니 한다고 했는데 왜 갑자기 취소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남아공 프리토리아에서 온 유시헌(14)군은 "오늘 팬 미팅 공개 훈련이 있다고 해 제일 좋아하는 박지성 선수 사인을 받으러 왔는데 못 받았다"며 속상해 했다.

한국 선수단 관계자는 "조직위에서 6일 현지 교민들에겐 취소 사실을 알려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정작 선수단엔 행사 직전에야 통보해 당황스러웠다"며 "교민 등 팬들이 오면 공개 훈련을 그대로 진행하려고 했지만 조직위에서 '취소 통보를 한 만큼 행사를 하더라도 인정하지 못한다'고 해 일단 취소하고 감독과 상의해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팬 공개 훈련은 국적에 상관없이 팬이라면 누구나 와서 훈련을 볼 수 있도록 모든 대표팀이 첫 경기 전에 하루를 정해 한 차례 공개 훈련을 하도록 국제축구연맹(FIFA)이 규정하고 있는 행사다.

잉글랜드 대표팀은 한국 대표팀과 같은 남아공 루스텐버그에 베이스캠프를 치고 훈련을 하고 있다.

남아공 루스텐버그에서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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