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지금 '스페인어 열풍'…수강생 몰려 특설반 개설도

입력 2010-06-05 07:12:49

대학 강좌·학원 '제2외국어' 수강생 북적

3일 오후 대구 인터불고호텔 스페인문화원에서 학생들과 직장인들이 주한 과테말라 대사의 특강을 듣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3일 오후 대구 인터불고호텔 스페인문화원에서 학생들과 직장인들이 주한 과테말라 대사의 특강을 듣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내년 2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는 김혜민(24·대구 북구 산격동)씨는 몇 달 전부터 스페인어 공부에 빠졌다.

취업시장에서 남들과 차별화할 무기로 스페인어를 택한 김씨는 "영어 하나만 가지고는 치열한 취업 전선에서 살아남을 수 없겠다 싶어 스페인어를 배우기로 했다"며 "여름 계절학기 때는 스페인 강좌를 신청했고 매주 월요일마다 있는 스터디에도 꼬박꼬박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31·대구 동구 지저동)씨도 요즘 스페인어 책에 묻혀 살고 있다. 지난해 말 3개월 동안 멕시코 여행을 다녀온 뒤부터 스페인어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이씨는 "멕시코나 중남미 국가 등 스페인어를 쓰는 나라에는 일자리도 많고 특히 한국 기업이 대거 진출해 있다"며 "이들 기업에서 국제 비즈니스맨으로 활약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에 스페인어 바람이 거세다. 중남미 등 스페인어권 국가가 신흥 경제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데다 한국의 굵직한 기업들이 이들 국가에 많이 진출하면서 대학가나 학원가를 중심으로 스페인어 인기가 치솟고 있다. 특히 전국에서 유일하게 2002년 대구 인터불고호텔에 설립된 스페인 문화원도 스페인어 열기를 달구는 데 한몫하고 있다.

대학가는 스페인어 열풍의 중심에 서 있다. 경북대학교는 올여름 계절 학기에 4개의 스페인어 강좌를 개설했다. 경북대 측은 "스페인어 강좌는 정원이 50명이지만 수강 신청인원이 2배 가까이 몰렸다"며 "다음 학기부터는 강좌나 정원을 늘릴 계획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중구 동성로의 한 외국어 학원 경우 스페인어 강좌가 연일 만원을 이루고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모두 8개 강좌가 개설돼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전영수 실장은 "최근 들어 스페인어를 배우기 위한 학생과 직장인들이 쇄도하고 있다"며 "수강 인원이 워낙 많아 주말에는 특별반까지 운영하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전국 유일의 대구 스페인문화원도 스페인어 열기를 높이는 견인차가 되고 있다. 이곳에 가면 누구나 스페인 문화를 체험할 수 있고 스페인어권 나라들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 3일 저녁에 열린 '라파엘 살라사르' 주한 과테말라 대사의 특강에는 수십여명의 대학생과 직장인들이 찾았다.

김선웅 스페인문화원 부원장은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중남미 국가의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한국 기업들도 대거 스페인어권 나라에 진출하고 있다"며 "구직에 목마른 취업생들이 스페인어를 취업의 연결고리로 삼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스페인어는 가장 많은 국가에서 모국어로 채택된 언어로 25개국 4억5천만명의 인구가 사용하고 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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