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與都 구미, 野都 되다

입력 2010-06-04 10:27:43

시의회 23석중 13석 내줘…도내 최고이던 與 지지율 이번엔 50%도 못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텃밭인 구미가 '야당 도시'가 됐다.

6·2지방선거 결과 한나라당 공천으로 출마한 구미시의원 후보 20명 가운데 9명만 당선됐을 뿐 11명이 낙선하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그동안 구미시의회 23석 가운데 비례대표 1명을 제외한 모든 의석을 싹쓸이했던 한나라당은 무소속 7명, 친박연합 4명(비례1), 민주노동당 1명, 민주당 1명(비례) 등 13석을 내주면서 절반의 의석도 차지하지 못하는 최악의 참패를 당했다.

경북 23개 시·군의회 가운데 한나라당이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한 것은 구미가 유일하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독무대였던 시의회가 무소속을 포함한 5당 체제로 돌변하면서 의장단 구성을 앞두고 한나라당은 고민에 빠졌다. 범야권이 단합할 경우 자칫 의장자리까지 야권에 내줘야 할 형편이다.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체면을 구기기는 경북도의원 선거와 시장 선거도 예외가 아니었다. 구미시 1선거구와 6선거구에서도 한나라당 후보가 무소속에 밀려 낙선의 고배를 마셨고, 5선거구에서도 개표 막판까지 초접전을 벌이다 간발의 차이로 당선되는 등 진땀을 흘렸다.

구미시장 선거에서도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남유진 구미시장은 뒤늦게 출사표를 던진 친박연합 김석호 후보와 지역에서 지명도가 높지않은 무소속 구민회 후보와 3파전을 벌여 50% 조금 넘는 지지율로 당선됐다.

한나라당 정당 지지율도 절반을 넘기지 못했다. 역대 모든 선거에서 구미지역은 도내에서 가장 많은 한나라당의 지지가 이어졌으나 이번 경북도의원 비례대표 선거 결과에 따르면 한나라당의 도내 평균 지지율은 61.54%였으나 구미에서는 그에 훨씬 못 미치는 48.69%에 그쳤다.

구미지역 한 시민은 "이번 선거 결과는 한나라당이 독주하면서 구미시 행정과 의회를 마음대로 휘두르면서 민심을 저버린 대가를 톡톡히 치른 것"이라며 "시민의 여론을 무시하는 독주가 지속될 경우 1년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차기 총선에서도 다시 한번 쓴 잔을 마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공무원은 "그동안 '한식구'끼리 행정과 의회를 장악해 온 덕분에 행정이 고속도로를 달려왔지만 이제부터 비포장 길을 가야하는 험난한 길을 가야할 형편이 됐다"며 "4개 정당과 무소속의원들로 의회가 구성돼 의회운영이 민주주의 방식으로 전환되고, 시민들의 다양한 여론이 시정에 반영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남유진 구미시장은 "이번 선거를 통해 시민들이 무엇을 간절하게 열망하는지 온몸으로 느꼈다"며 "며 "시민들의 준엄한 요청을 받아들여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추진 중인 사업을 내실있게 차곡차곡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속도를 조절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구미·정창구기자 jungc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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