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에서 배우는 음식건강] 즐겨먹다 보니 한자까지 통일된 회

입력 2010-06-03 14:09:58

회는 우리 민족의 식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다. 생선이나 육류를 날로 먹는 방법은 조선시대 어지간한 조리서에는 빠짐없이 등장한다.

생선의 경우 민물고기와 바닷고기는 물론 조개, 대합, 굴 등을 회로 먹었으니 날로 먹지 못하는 생선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에는 회를 찍어 먹는 겨자장 만드는 방법도 소개한다.

'새로 나온 겨자씨를 물에 담가 놓았다가 건져서 4, 5일 말리면 쓴맛이 없어진다. 노란 겨자 1홉에 백미를 반 수저 넣고 찧어 체에 친다. 가루에 냉수를 넣어 진흙처럼 되게 갠 다음 초장으로 조미해서 꿀이나 참깨즙을 넣어 먹는다.'

이 책에서는 겨자장에 찍어 먹는 생선까지 소개하고 있으니 숭어, 눌치, 쏘가리, 은어, 밴댕이, 민어, 고등어, 전복, 해삼, 대합, 굴 등이다. 생선이 상하기 쉬운 여름에는 회를 담은 접시를 얼음 소반 위에 놓고 먹을 정도로 회를 즐겼다.

조선 중기에는 왕실뿐만 아니라 서민들도 회를 먹었다. '위어는 한강 하류 행주에서 나는데 사옹원 소속의 위어소를 두고 그물로 잡아서 왕가에 진상한다. 어상(魚商)이 거리로 돌아다니면서 횟감으로 판다.' 위어는 봄여름에 강으로 올라오는 멸칫과의 바닷물고기로 관에서 잡고 남은 위어는 행상들이 주막이나 가정집에 다니며 팔았던 것으로 보인다.

도시에서는 행상을 통해 횟감을 샀지만 해변이나 강가에 살던 사람들은 생선을 잡아 싱싱하고 영양이 풍부한 회로 먹었을 것이다. 고춧가루가 들어오면서 회를 찍어 먹는 초고추장이 일반화돼 여러 종류의 장 가운데 입맛대로 먹으라는 기록이 많은 것을 보면 회는 온 백성의 상용식이었다.

근래에 들어서는 외국에서도 생선회를 먹지만 전통적으로 회를 즐겨먹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인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에서도 고대에는 생선회를 먹었지만 당나라 이후 문헌에는 생선회에 대한 기록을 거의 찾을 수 없다.

육류를 가늘게 썰어 날것으로 먹는 육회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예전부터 인기였지만 먹는 나라는 많지 않다. 기록상으로는 몽고족이 세운 원나라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는데, 원나라를 통해 유럽으로는 알려졌지만 정작 중국에서는 오랑캐 음식이라 해서 명나라 이후 즐기지 않는다.

19세기에 나온 에 소고기를 썬 육회를 설명하는 내용을 보면 요즘의 육회와 다를 바가 없다. '기름기 없는 소고기를 얇게 저며서 물에 담가 핏기를 빼고 가늘게 채로 썰어낸다. 파와 마늘을 다져 후추, 깨소금, 참기름, 꿀은 섞어 잘 주물러 잰다.'

소의 처녑이나 양 등 내장은 날것보다 뜨거운 물에 데쳐먹는 것이 조선시대에 많이 사용됐다. 이를 숙회(熟膾)라고 불렀는데 흔히 조개나 전복 껍질에 담아 먹었다고 해서 갑회(甲膾)라고도 불렀다.

육회로 먹는 동물은 소뿐만 아니라 양, 돼지 등 다양했다. 겨울에 잡은 꿩을 회로 먹는 방법도 나와 있다. '겨울에 꿩을 잡아 내장을 버린 뒤 눈이나 얼음 위에 얼려서 단단해진 고기를 얇게 썰어 초장과 생강, 파를 버무려 먹는데 이것이 동치회(凍雉膾)다.'

회의 한자어는 당초 육류 생회는 '膾'(회)로 표기하고 생선회는 '魚會'(회)로 표기했으나 늘상 즐겨 먹다 보니 한자까지 같아져 육류든 생선이든 가늘게 썰어 날것으로 먹는 음식은 모두 膾(회)가 됐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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